현대-기아차 광고대행사 출범… 업계 ‘태풍의 눈’으로

  • 입력 2005년 6월 3일 03시 17분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이 지난달 종합광고대행사 ‘이노션’을 출범시키면서 광고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달 17일 법인등록을 마친 이노션은 재계 서열 2위인 현대·기아차그룹의 계열사인 데다 정몽구(鄭夢九) 그룹 회장의 맏딸인 정성이(鄭聖伊) 씨와 외아들 정의선(鄭義宣) 기아차 사장이 최대주주와 2대주주로 각각 참여했다. 회사 이름은 이노베이션(Innovation·혁신)과 오션(Ocean·대양)의 합성어. 이노션은 초대형 광고주인 현대차 및 기아차를 포함해 이 그룹 계열사의 광고를 바탕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커 광고계에선 ‘태풍의 눈’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 이노션 준비상황

이노션은 그룹계열사들이 있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 랜드마크타워 20층에 사무실을 차렸다.

사장에는 광고대행사 BBDO 사장을 지낸 박재범(朴宰範) 씨를 영입했다. 금강기획과 에이블리 등에서 65명의 직원을 확보했으며 올해 말까진 120명 정도로 늘릴 계획이다.

아직 조직 정비가 끝나지 않았고 광고도 인쇄매체 정도만 집행하고 있는 상태다. 본격적인 현대·기아차의 TV광고 집행을 위해선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 이노션 출범의 영향은?

현대차와 기아차는 지난해 국내 4대 매체 광고비로 각각 643억 원과 573억 원을 썼다. 해외를 포함한 총 광고선전비는 각각 1220억 원과 911억 원을 지출한 초대형 광고주다. 두 회사의 광고만 맡아도 단숨에 광고업계 7, 8위권으로 뛰어오른다.

이노션 파급효과는 벌써 시작됐다. 가장 큰 파편을 맞은 곳은 그동안 현대차와 기아차 광고를 전담해 온 금강기획. 33명이 사표를 내고 이노션으로 옮긴 데다 전체 취급액의 30%를 차지했던 최대 광고주를 잃었다. 이 때문에 이영희(李永熙) 사장이 물러났고 현재 구조조정과 조직개편 작업을 진행 중이다.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 광고를 맡는 TBWA코리아도 이노션의 등장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광고대행사 업계 1위인 제일기획은 “자동차 쪽은 우리와 큰 상관이 없지만 신경이 쓰이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 인하우스 에이전시(계열 광고회사) 탄생

삼성은 제일기획, LG는 LG애드처럼 국내 광고업계에선 ‘몰아주기’가 심한 편이다.

문권모(文權模)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외국에선 계열사 광고를 한 광고회사에 몰아주는 일이 거의 없고 철저하게 입찰 방식을 따른다”며 “그룹 광고를 독점하는 인하우스 에이전시가 많아지는 것은 광고업계의 자생력을 약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현대·기아차 측은 “자동차는 보안이 중요한데 광고회사에 중요한 정보를 줘야 할 때가 많았다”며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광고회사를 직접 경영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광고업계의 반응에 대해서는 “이노션의 출범만으로는 큰 영향이 없다”며 ‘엄살’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2004년 10대 광고주의 국내 4대 매체 광고액 순위(단위: 억 원)
순위회사TV라디오신문잡지
1삼성전자107872767331950
2SK텔레콤77244471181305
3LG전자57657389221044
4KT57355398171043
5KTF609202113843
6태평양33318192103646
7현대자동차359382379643
8기아자동차302282403573
9LG텔레콤35914740.7447
10하이마트302121140.4428
자료: 한국광고주협회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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