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21개 회원국 통상장관들은 3일 제주에서 막을 내린 APEC 통상장관회의에서 공산품의 관세를 대폭 내리자는 ‘제주 성명’을 채택했다.
공산품 관세가 낮아지면 한국은 자동차, 휴대전화, 가전제품 등의 수출을 늘릴 수 있다.
APEC 회원국은 세계 교역량의 46%를 차지하고 있어 이번 합의가 12월 홍콩에서 열리는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공산품 관세 내리면 한국에 유리
이번에 합의한 공산품의 관세 인하 방식은 ‘스위스 공식’으로 불린다. 관세가 높은 품목일수록 관세를 더 많이 깎는 방식으로 한국 일본 등 공업국에 유리하다.
공산품에 높은 관세를 매기는 국가들은 대부분 후발 개발도상국이기 때문이다. 자동차만 해도 현재 인도 105%, 중국 46.3%, 태국 79.8%, 브라질 35% 등의 관세를 물리고 있다.
스위스 방식을 적용하면 이들 나라의 관세가 대폭 낮아져 한국의 수출 여건이 개선된다.
외교통상부는 “평균 관세율이 30%를 넘는 브라질, 인도, 멕시코 등에서 한국 제품의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 탄력 받을까
제주 회의의 핵심 의제는 침체에 빠진 WTO DDA 협상을 진전시키는 것이었다.
세계무역의 새 규칙이 될 DDA 협상은 2003년 ‘칸쿤 회의’ 실패로 제자리걸음을 해 왔다.
그러나 올해 들어 농산물 부문에서 상당한 합의를 이뤘고, 이번에 APEC가 공산품의 관세 인하 방식에 합의함에 따라 DDA 협상이 탄력을 받게 됐다.
12월 홍콩 회의에서 DDA 협상이 진전을 이루면 2006년 말 협상을 타결짓고 2007년 상반기 각국이 국내 절차를 마무리하게 된다.
일정대로라면 2007년 말 농산물, 공산품, 서비스 등 전 분야에 걸쳐 새로운 국제무역 질서가 시행되는 셈이다.
그러나 DDA 협상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148개 회원국의 의견 조율이 쉽지 않고, 무역 자유화에 반대하는 저개발국가가 많기 때문이다.
제주=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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