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썩이는 지방 부동산…“울산 34평 1년새 1억 올랐습니더”

  • 입력 2005년 6월 7일 03시 06분


코멘트
《“서울도 아닌데 30평형 아파트가 3억 원, 50평형 아파트는 6억 원이 넘는다는 게 말이 됩니까?” 1일 경남 창원시에서 만난 주부 김모(42) 씨는 한숨을 쉬며 이렇게 되물었다. 울산 남구 신정동 경남부동산 안정숙 사장은 “아파트 분양가는 평당 1000만 원 선이고 기존 아파트 값도 2년 전의 2배가 됐다”고 말했다. 지방 아파트 시장이 들끓고 있다. 서울 강남지역 못지않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 지방도 평당 1000만 원 시대로

창원과 울산은 집값이 크게 오른 대표적인 지역이다. 지난해 여름부터 수천 만∼1억 원씩 올랐지만 지금도 상승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창원시 성주동 한림푸르지오 55평형은 최고 6억 원, 70평형은 8억 원에 육박했다. 55평형은 지난해 4월 4억5000만∼4억8000만 원 선이었다. 1년 사이에 1억 원 이상 오른 셈이다.

창원시 명서동 친절부동산 관계자는 “지난해 말 1억7000만 원이었던 명곡 주공 재건축단지 15평형이 2억4000만 원 선에 거래된다”며 “5개월 만에 7000만 원이 올랐다”고 말했다.

울산 신정동 문수로 아이파크도 평당 1000만 원 이하는 찾아보기 힘들다. 아이파크 1단지 34평형의 시세는 3억4000만 원 선. 1년 동안 1억 원이 올랐다.

울산에 아파트를 지으려는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땅값도 올라 인근 지역 땅 주인들이 평당 700만∼800만 원을 부른다”고 전했다.

대구도 들썩이고 있다. 2, 3년 전 400만 원대였던 평당 분양가가 600만∼700만 원대로 급등했다.

대구 수성구 황금동 최선부동산 관계자는 “새 아파트는 대형 평형 위주로 값이 많이 뛰어 일부 아파트나 분양권은 1억 원 이상 올랐지만 매물이 없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의 ‘5월 주택가격 조사’에서도 △창원(1.9%) △대구 수성구(2.4%) △광주 광산구(1.9%) △울산 동구(1.0%) 등의 전월 대비 집값 상승률은 전국 평균(0.5%)을 크게 웃돌았다.

○ 왜 이렇게 오르나

창원이나 울산은 제조업에 기반을 둔 도시로 구매력 있는 수요자가 많다. 반면 주택은 30평형 이하 중소형 낡은 아파트만 즐비하고 중대형 새 아파트는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여기에 서울 및 수도권 아파트 시장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강화되자 대형 건설업체와 시행업체들이 지방 시장으로 눈을 돌린 것이 원인이 됐다.

업체들이 중대형 아파트를 새로 짓자 구매력은 있으나 마땅한 물건이 없던 수요자들이 몰려들어 값이 오른다는 얘기다.

분양가가 기존 아파트보다 크게 높은데도 사람들이 몰리고, 기존 아파트 값도 따라 올라가는 상황이다.

○ 신고지역 지정이 고작인 대책

건설교통부는 7일자로 창원시를 주택거래 신고지역으로 지정했다. 신고지역에서는 취득·등록세를 실거래가 기준으로 내야 하기 때문에 세금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

대구 동·북·수성·달서구, 울산 동구, 광주 광산구도 무더기로 주택투기지역 후보지에 올랐다. 정부는 지방 아파트 시장의 변화를 주시하면서 투기성 자본을 가려내 규제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수요 부족에 따른 일시적인 과열 현상인 만큼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유니에셋’ 김광석 리서치센터장은 “창원 등에서 올해 하반기와 내년에 대규모 입주가 이뤄지면 현재의 과열 양상은 수그러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에서는 지방에서도 고급 대형 아파트가 잇달아 등장해 주거환경이 양극화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울산·창원=이상록 기자myzodan@donga.com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