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줄기세포 관련 기업 유상증자 러시

  • 입력 2005년 6월 8일 03시 28분



경유자동차 매연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저감장치를 개발해 1996∼97년 주가가 1600% 이상 올랐던 선도전기.

하지만 매연 저감장치는 아직도 상용화되지 않았고 회사 실적에 기여하지도 못했다. 그런데도 이 회사는 껑충 뛴 주가를 바탕으로 1996년 4월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145%였던 부채비율을 단숨에 60.4%로 낮추면서 재무구조가 우량한 기업으로 거듭났다.

최근 증시에서도 비슷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바이오주와 줄기세포관련주 등 실적과 투기성 재료로 주가가 오른 기업들이 속속 유상증자에 나섰다.

하지만 선도전기처럼 투기성 재료로 오른 주가를 토대로 유상증자를 한 기업이 환골탈태에 성공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 최근 증자 러시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 유상증자 러시

올해 줄기세포 테마로 단연 돋보이는 주가 상승세를 보인 산성피앤씨는 9, 10일 주당 1만3500원에 150만 주를 발행하는 유상증자 청약을 받는다. 증자가 성공하면 이 회사는 202억 원의 자금을 마련하게 된다.

산성피앤씨는 줄기세포 관련 기업이 아니라 골판지 제조업체다. 다만 줄기세포 연구업체인 파미셀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이 회사는 증자 대금 가운데 골판지 시설 확충에 6억 원만 쓰고 타법인 출자(70억 원)와 차입금 상환(30억 원), 바이오 관련 신규사업(20억 원) 등에 대부분 돈을 쓸 예정이다.

또 다른 줄기세포 테마 기업인 이노셀도 2, 3일 유상증자를 통해 93억 원을 조달했다. 이 돈은 회사 자산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거금이다.

이지바이오도 지난달 유상증자로 134억 원의 자금을 마련했다. 지능형로봇 테마주로 올해 주가가 급등한 우리기술도 지난달 증자로 156억 원의 자금을 모았다.

건강보조식품업체 렉스진바이오텍도 최근 오른 주가를 바탕으로 다음 달 26, 27일 120억 원 규모의 증자에 나설 예정이다.


○ 제2의 새롬기술 되나

이런 유상증자 러시를 걱정스럽게 지켜보는 전문가가 적지 않다.

우선 주가가 오른 과정이 석연찮다. 실적을 바탕으로 오른 게 아니고 투기성 재료에 힘입어 올랐기 때문에 증자 가격에도 거품이 잔뜩 끼어 있다는 것.

증자를 통해 얻은 돈으로 무슨 사업을 할지 비전도 불투명한 데다 기업 실력에 대한 시장의 믿음이 크지 않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과거 새롬기술(현 솔본)은 기술주 거품을 등에 업고 2000년 2월 증자(주당 7만7900원)로 3739억 원의 자금을 끌어 모았다. 이후 이 회사는 거듭 적자를 내 주가가 5000원 미만으로 떨어졌다.

아울러 증자를 한다는 것은 기업이 ‘지금 주가가 충분히 높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증거이기도 해 주가가 더 오르기 쉽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증자로 늘어날 물량이 주가에 부담을 줄 가능성도 크다”며 “무엇보다 증자 기업 가운데 비전이 분명하지 않은 회사가 섞여 있어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