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은행 대출이 어려운 서민과 신용불량자에게 대출을 받도록 해 주겠다고 속인 뒤 인터넷뱅킹을 이용해 7억8000여만 원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로 한모(35) 씨 등 5명을 7일 구속했다.
한 씨 등은 1월부터 생활정보지와 스포츠지에 ‘무담보 무보증 은행대출 가능’이란 광고를 낸 뒤 이를 보고 찾아온 나모(32) 씨 등 234명에게 “잔액이 있어야 대출이 쉽다”며 대출 희망금액의 10% 정도를 적금으로 들도록 했다.
피해자들은 “적금이 아닌 다른 계좌의 입출금을 반복해서 거래실적을 늘리면 대출에 유리하다”는 한 씨 등의 말에 보통예금 통장의 계좌번호, 비밀번호를 알려줬다. 또 인터넷뱅킹에 가입한 뒤 보안카드 번호도 넘겨줬다.
한 씨 등은 이런 정보를 활용해 인터넷뱅킹으로 피해자들의 적금을 해지한 뒤 7억8000여만 원을 인출했다. 한 계좌만 인터넷뱅킹에 가입해도 같은 은행에 있는 그 예금주의 모든 계좌에서 입출금, 이체, 해지가 가능한 점을 이용한 것.
일부 은행이 적금 가입 후 사흘만 지나면 인터넷뱅킹을 통해 해약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이 같은 범죄가 가능하게 했다.
이에 따라 은행은 인터넷뱅킹의 적금 해약 가능 시기를 가입 한 달 이후로 조정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생활정보지에 담보나 보증 없이 은행 대출을 받아주겠다는 광고는 사기성 내용이 많다”며 “부산과 대구에도 비슷한 조직이 있다는 첩보에 따라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 강남경찰서는 “A은행 계좌에 있던 1000만 원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텔레뱅킹으로 빠져나갔다”고 목재상 임모(54) 씨가 신고함에 따라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이 돈이 조선족 조모 씨의 계좌에 이체된 사실을 확인했으나 조 씨는 최근 중국으로 출국했다. 경찰은 이 계좌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사실관계를 파악할 방침이다.
은행 측은 “텔레뱅킹은 4차례의 인증 단계가 있는데 번호 입력이 3번 이상 틀리면 기간에 관계없이 접속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피해자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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