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기준시가 상향조정, 투기조사 특별팀 구성, 자금출처 조사, 강남에 대한 은행대출 제한, 정밀 세무조사….
정부가 치솟는 집값을 잡기 위해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관련 부처도 재정경제부, 국세청, 건설교통부, 한국은행 등이 총동원됐다.
그러나 쏟아져 나온 정책들은 눈앞의 불만 끄자는 규제 일변도라는 공통점이 있다. 추병직(秋秉直) 건설교통부 장관이 “판교급 신도시를 계속 개발하겠다”고 했지만 원론 수준의 발언이지 무게가 실렸다는 느낌은 주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최근 2∼3년간 각종 규제가 부동산 값 급등을 불렀다는 점에서 ‘규제로 인한 결과를 규제로 풀려는’ 데 대해 ‘악순환의 반복’이라고 우려한다.
○ 하반기 기준시가 다시 고시
한덕수(韓悳洙)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의 10일 집값 관련 발언 중 가장 강력한 내용은 2일 고시한 아파트 기준시가를 올려 하반기에 다시 고시하겠다는 것이다.
기준시가는 양도소득세, 상속·증여세, 재산세 등을 매기는 기준이 되므로 기준시가를 높이면 세금부담이 늘어난다. 기준시가를 높여 세금 부담을 늘리고, 이를 통해 집값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최근 집값이 급등한 서울 강남권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및 용인시 등을 겨냥한 조치다.
기준시가는 보통 1년에 한번 고시하지만, 부동산값이 많이 오른 2002년과 2003년에도 두 차례에 걸쳐 고시한 전례가 있다.
투기지역 세무조사는 13일부터 전국에 걸쳐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값이 급등할 때마다 등장하는 자금출처조사라는 칼을 이번에도 빼들었다.
국세청 당국자는 “그동안 조사인력 부족 등으로 자금출처 조사가 다소 부족했으나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며 강도 높은 조사를 예고했다.
○ 다시 쏟아지는 규제, 약발 먹힐까
쏟아지는 규제 정책에 대해 시장과 전문가들의 반응은 차갑다.
주택산업연구원 장성수 연구실장은 “규제 위주의 정책 탓에 집값이 급등했는데 다시 규제로 집값을 잡겠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공급 확대보다 수요 억제에 초점을 맞춘 정책이 실패로 드러났는데도 정부가 여전히 수요를 누르는 정책에만 집착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기준시가 상향조정도 오른 집값을 반영해 세 부담의 형평성을 높일 수 있을지는 몰라도 집값을 잡는 대책은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집값이 크게 오른 강남, 분당 등은 이미 주택투기지역으로 지정돼 실거래가로 양도소득세를 과세하고 있다. 기준시가 상향조정의 영향이 거의 없다는 뜻이다.
재산세도 마찬가지. 대부분의 급등지역 아파트는 올해 재산세가 연간 인상 상한폭(50%)까지 오를 예정이어서 기준시가를 다시 올려도 재산세는 변화가 없다.
이런 점을 뻔히 알면서도 정부가 서둘러 온갖 대책을 발표하는 것은 그만큼 위기감이 크다는 것을 말해준다.
다만 부동산114 김희선 전무는 “10일 건교부가 서울 주변에 신도시를 추가로 조성하겠다고 밝힌 것은 기대할 만하다”고 밝혔다.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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