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집값 안정을 겨냥해 고강도 처방을 계속 내놓고는 있지만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부동산 시세에서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집 있는 시민들 사이에서도 상대적 박탈감이 깊어지는가 하면 집 없는 서민들은 내집 마련의 희망이 점점 옅어지면서 계층 간 위화감이 확산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닥터아파트 이영호 리서치팀장은 12일 "재건축 붐이 이는 서울강남권 일대와 판교 개발에 따른 `후광효과'를 받는 분당의 집값은 폭등하고 있으나 강북의 중소형 아파트는 대부분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남권 = 서울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강동구, 경기 성남 분당 등 `강남권'아파트 가격은 2000년대 초 재건축 열풍을 타고 크게 오른 데 이어 최근에는 판교개발에 따른 `후광효과'로 또 다시 폭등하고 있다.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2003년 상반기 6억3000만원이던 잠실 주공5단지 35평형의평균 매매가는 올 상반기 9억5천500만원으로 뛰었다. 2년만에 3억2500만원이 오른것이다.
이 기간에 분당 시범단지 삼성ㆍ한신 32평형은 판교 개발에 따른 후광을 입고 3억9000만원에서 5억6000만원으로 올랐고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31평형은 재건축허가가 날지 불투명한 상태에서도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5억6000만원에서 7억2000만원으로 뛰었다.
그러나 이들 지역에서는 `더 오를지 모른다'는 기대심리와 양도세 부담 때문에매물이 잘 나오지 않고 있고 사려는 사람들도 너무 높은 가격에 질려 선뜻 사려고하지 않아서 실제 거래는 없이 호가만 오르는 경우가 많다.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경우 작년 11월 중과세 문제 등으로5억5000만¤6억원 수준까지 떨어졌다가 등록세율을 내린다는 발표에 다시 가격이 올랐다"며 "최근 한달새 호가가 급상승해 8억원 이상까지 치솟았다"고 말했다.
잠실 주공5단지의 경우 올 상반기 평균 매매가는 9억5500만원이었으나 최근호가는 11억5000만원 수준으로 올랐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자는 "주변지역이 상업지구로 전환돼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로 재건축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올 3~4월 많이 올랐고 한달전부터는 판교 영향으로 호가가 더 올랐다"며 "시세가 더 이상 정부 정책의 영향을 받지 않는 점을 감안할 때 부동산 정책의 실효성이 전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북지역 = 강남권 아파트의 가격이 폭등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강북권아파트 가격은 대부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2003년 상반기 1억9000만원이던 상계동 주공14단지 30평형의 평균 매매가는 올상반기 2억500만원이었다. 2년만에 1500만원 오르는 데 그쳤다.
강북구 미아동 SK북한산시티 33D형 역시 2억3750만원에서 2억5500만원으로1750만원 오르는 데 그쳐 변화가 거의 없었다.
이 지역의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1년 전이나 지금이나 가격 변화가 없다"며 "강남과 분당은 엄청나게 오르는데 강북은 계속 제자리인 데다 내놓아도 잘 팔리지도 않아 지역주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고 말했다.
강북지역을 중심으로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도 흘러 나오고있다.
상계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정부가 대책이라며 내놓는 것은 무작정 억누르는 것 뿐인데 강남과 신도시의 집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으며 투기꾼 주머니만 불려주고 있는 반면 서민층 주거지역 집값은 그대로여서 융자에 따른 부담과 박탈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세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강북 안에서도 나타난다.
이촌동 등 이른바 `고급 주택가'의 큰 평형 아파트의 인상 폭은 강북의 다른 지역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훨씬 크다.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 51평형은 1년 전 15억2500만원에서 지금은 16억2500만원으로 올랐다"며 "그러나 집을 사려고 문의하는 사람들은 종종 있지만 팔려는 사람이 없어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호가만 조금씩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연합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