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추석을 앞둔 9월 손복조(孫福祚·54·사진) 대우증권 사장은 회사 고객 20여만 명에게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편지를 보냈다. 사장으로 취임한 지 3개월 만이었다.
2000년 5월 대우증권 상무를 끝으로 회사를 떠난 지 4년 만에 ‘친정’으로 돌아온 그였다.
“외환위기에다 대우사태까지 터지면서 20년 동안 부동의 1위였던 대우증권도 흔들렸습니다. 4년 만에 돌아와 보니 회사는 증권업계 4, 5등으로 뒤처져 있었어요. 취임하자마자 경영목표를 ‘1등 자존심 회복’으로 정했습니다. ‘30년 동안 1등 하던 회사도 1등 자리를 내주는 것은 이렇게 쉽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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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당시 증권업계가 자산관리 부문을 놓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을 때 손 사장은 과감하게 “브로커리지(주식약정) 부문 1등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취임 3일 만에 전국 부점장 회의를 소집했다. 이어 117개 점포를 돌아다니면서 ‘사장과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강행군이었다. 직원들의 고충을 듣고 “함께 열심히 하면 정상을 회복할 수 있다”고 어깨를 다독거렸다.
“지점장들에게 직접 영업에 나서라고 독려했습니다. 117개 점포 지점장들은 매주 나에게 영업활동 일지를 보고합니다.”
손 사장은 취임 직후 전국의 영업팀장들을 한데 모았다.
지참물은 각 지역 토산품인 술 1병씩. 이래서 모은 술이 120병. “120명 팀장들에게 자기가 갖고 온 술을 큰 독에 붓도록 했습니다. 각기 다른 색깔의 술이 한데 모이니 시커멓게 되더군요. 이 술을 국자로 떠서 120명이 나눠먹었습니다. ‘우리는 하나다’를 외치면서요.”
손 사장은 이 술을 ‘선봉주(先鋒酒)’라고 불렀다. 손 사장은 120개의 술병을 버리지 않고 모아 경기 과천시 대우증권 연수센터에 전시해 놓았다.
직원들의 마음을 보듬은 손 사장은 작년 9월 처음으로 주식약정 업계 1위를 달성했다. 취임 직전 6%이던 약정을 3개월 만에 3%포인트 더 높인 9%로 끌어올렸다.
대우증권 강남지역 22개 점포의 전체약정이 증권업계 약정의 1%를 차지하는 것과 비교하면 ‘처절한’ 영업전투를 벌인 노력의 결과였다.
이달 11일로 취임 1년을 맞은 손 사장의 장기 경영구상은 ‘50% UP. All Together’이다.
모든 부문에서 지금보다 50% 성장시키겠다는 전략이다. 대우증권에 주식계좌를 갖고 있는 100만 명 고객 중 90만 개의 잠들어 있는 ‘휴면계좌’를 깨우겠다는 게 목표.
1984년 대우증권에 입사한 손 사장은 원하지 않았던 ‘외도(外道) 4년’ 동안 대우증권을 보다 더 잘 알게 됐다고 한다.
그는 대우증권을 떠난 뒤 LG투신운용 사장으로 내정됐다가 우여곡절 끝에 LG투자증권(현 우리증권) 상무(국제 및 법인영업 부문장)로 갔다. 하지만 그는 “나중에 LG선물(先物) 사장을 맡으면서 최고경영자에 대한 감각을 쌓은 것은 지금 대우증권을 이끄는 데 뼈와 살이 됐다”며 웃었다.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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