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집 살때 부부공동명의 어때요”

  • 입력 2005년 6월 13일 03시 09분


부동산 관련 절세방안으로 부부 공동 명의를 채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공동 명의를 하는 주부들은 마음이 그리 편치가 않다.

최근 아파트 값 급등과 함께 ‘집 장만 위해 적금 든 마누라는 악처, 은행 융자 끌어다 집 산 마누라는 현처’란 새로운 ‘현처론’까지 나올 정도로 집 장만에 있어 주부의 역할은 크다.

부부 공동 명의는 양도소득세,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더구나 한쪽 배우자의 빚 보증, 사업 실패 등으로 집을 잃을 위기에 처할 때도 다른 배우자의 지분은 채권자들이 손댈 수 없기 때문에 재산 지키기에도 유리하다.

그러나 정작 집은 남편 명의로 해야 한다는 보수적 가치관 때문에 갈등하는 부부가 의외로 많다. 부부 공동 명의나 아내 명의가 필요한데도 하지 못하거나 해 놓고도 시집 눈치를 보는 게 현실.

전업주부 전모(44·서울 노원구 하계동) 씨의 경우 남편이 해외에서 10년 가까이 사업을 하고 있어 집을 사고팔 때마다 명의자인 남편이 없어 불편하지만 집 계약서를 직접 보고 확인하는 시아버지 때문에 명의변경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전 씨는 “우리 집을 ‘아들 재산’이라고 생각하는 시아버지에게 집 명의를 확인해 드리러 갈 때마다 나는 뭐하는 존재인가 싶어 자존심이 상한다”고 말했다.

대전 유성구 신성동에 사는 주부 김모(46) 씨는 2002년 부부 공동 명의로 집을 구입했다. 그후 아파트를 한 채 더 살 때 남편이 해외 출장 중이어서 본인 출석이 필요한 은행 대출이 어려워 자신의 명의로 했다.

김 씨는 “시어머니와 손위 시누이가 평소 서랍장에 내 옷이 남편 옷 위에 있으면 그냥 못 넘어가시는 분들이어서 아예 얘기를 안 하고 있지만 혹시 알게 될까봐 불안하다”고 말했다.

‘돈 번 공로’가 없는 전업주부들의 처지에서는 ‘반쪽 명의’ 집 갖기도 힘들고, 갖고 있어도 서럽지만 ‘돈 번 공로’가 있는 주부라고 크게 나은 것은 아니다.

결혼 후 첫아이가 유치원에 다닐 때까지 직장생활을 했던 주부 박모(42·서울 송파구 잠실동) 씨는 작년 5월 집을 살 때 남편의 사업이 잘못될 경우를 대비해 자신의 이름으로 집 등기를 마쳤으나 아직 시어머니에게는 비밀이다.

요즘 같은 신용사회에서 고정수입이 없는 전업주부가 남편의 힘을 빌리지 않고 신용카드 한 장이라도 가지려면 자신 명의의 집이라도 있어야 한다. 그래서 속내야 어떻든 부부 공동 명의를 반길 수밖에 없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가 2001년 163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부부 재산 실태조사에서 부부 공동 명의는 6.7%에 불과했다. 그러나 2003년 5월 부동산양도세 실거래가 신고제도가 도입된 데다 올해 초 종합부동산세가 발효되면서 최근 부부 공동 명의 사례는 두드러지고 있다.

서울 강동구 암사동 강동시영아파트 인근 C부동산의 공인중개사 서모(34) 씨는 “1998년 처음 이곳에서 중개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열에 아홉은 남편 명의였지만 요즘은 10건 계약하면 4건 정도가 부부 공동 명의”라고 말했다.

부부 공동 명의도 공동 명의의 절세 효과가 큰 고가 아파트가 많이 몰린 서울 강남권이나 경기 성남시 분당 등지에 집중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가정법률상담소의 조경애 상담위원은 “공동 명의의 실익이 없는 경우는 남편이 아내에게 반쪽 명의도 안 내주기 때문에 요즘도 집 명의와 처분에 관한 주부들의 상담이 하루 서너 건씩 꾸준히 이어진다”고 전했다.

조 위원은 “가장 필요한 것은 주부 역할을 존중하도록 인식이 바뀌는 것”이라며 “또한 남편 명의라 해도 부부 공동 재산에 대해서는 일방적으로 처리할 수 없도록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경아 사외기자

▼어떻게 하나요▼

새로 집을 살 때 필요한 기본 서류는 부부 각자의 신분증과 도장, 주민등록등본 한 통씩이다. 취득세 등록세 등 등기에 필요한 부부의 부담세액은 한 사람 이름으로 등기할 때와 같다. 부동산등기 시 필요한 국민주택채권은 부부가 나눠 구입하면 단독 명의 때보다 할인되는 효과도 있다.

이미 남편 명의로 되어 있는 집 명의를 공동 명의로 바꿀 때는 증여 형식으로 이뤄진다. 그러나 아내 명의의 집값이 부부간 증여공제한도인 3억 원을 넘어설 경우 증여세 부담이 생길 수도 있다. 또 취득세 등록세 등 새로운 세금부담이 생기므로 증여세와 취득세 등록세를 합친 금액과 양도세 절감액을 비교해 보아야 한다. 공동 명의를 해서 오히려 손해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엇이 좋나요▼

부동산 공동 등기는 부부간의 평등이라는 정신적 만족과 함께 집을 팔 때 내야 하는 양도소득세를 상당히 줄일 수 있는 효과가 있다. 절반으로 나누면 양도세를 매기는 기준이 되는 보유 금액도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

예를 들어 2년 이상 보유한 부동산의 양도차익이 1억 원이라고 가정해 보자. 소유자가 1명이라면 2430만 원을 양도세로 내야 한다. 하지만 부부가 절반씩 나눠 소유했다면 각각의 양도차익 5000만 원에 대해 900만 원씩 1800만 원만 내면 된다. 공동 명의로 종합부동산세도 피해 갈 수 있다. 14억 원짜리 아파트를 부부가 공동 보유하면 각각 7억 원의 아파트를 갖고 있는 것으로 인정하기 때문에 9억 원 이상의 주택에 부과되는 종부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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