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장사꾼의 ‘허풍 포’가 아니다. 실제로 GS홈쇼핑 프로그램의 한 쇼핑호스트는 믹서의 우수한 성능을 입증해 보이겠다면서 믹서에 벽돌 조각을 몇 개 넣었다.
벽돌이 잘게 부서지고 믹서는 멀쩡했다. 다소 ‘엽기적인’ 시연(試演)을 한 이후 기존 믹서보다 이 제품의 매출이 20% 이상 늘어났다. 시간당 2억5000만∼3억 원의 매출을 내는 ‘효자 상품’이 됐다.
최근 홈쇼핑 업체들이 소비자의 시선을 끌 수 있는 이색 시연회 발굴에 골몰하고 있다. 백 마디 말보다 눈길을 끄는 이색 시연 한 번이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 이색 시연이 ‘효자’
실리콘으로 만든 ‘누브라’는 끈 없이 착용하는 브래지어. 그러나 실리콘의 밀착력만으로 오랜 시간 착용할 수 있을지 의아해하는 여성들이 적지 않다.
GS홈쇼핑 박성언(朴星彦) 상품기획자(MD)는 ‘누브라’의 밀착력을 입증하기 위해 볼링공을 활용했다. ‘누브라’에 8파운드(약 3.6kg)짜리 볼링공을 붙여 매단 것.
결과는 대성공. 평일 밤 12시가 넘은 심야시간대였지만 방송 1시간여 만에 3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시연이 없었던 지난해에 비해 매출이 2배가량 뛰었다.
GS홈쇼핑 강지혜(姜芝慧) PD는 “제품 효과를 눈으로 확인하고 구매 결정을 내리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며 “어떤 시연을 기획하느냐에 따라 제품 매출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 소비자 관심만 잡을 수 있으면…
이에 따라 홈쇼핑 프로그램 PD와 쇼핑호스트들은 인상적인 시연 기획에 매달리고 있다.
비데의 경우 변기 위에 앉은 모델이 상쾌하다는 표정을 짓는 것은 진부하다. 최근 TV 홈쇼핑에서는 겨자 소스를 발라놓은 풍선을 비데 변기 위에 올려놓은 뒤 말끔히 씻겨지는 모습을 보여 준다.
관절에 효능이 있다는 ‘글루코사민’ 제품 시연에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등장해 브레이크 댄스를 추고 송판을 깬다.
TV 홈쇼핑 시연 전문 모델인 탁한상(卓翰相) 씨는 “집에서는 고등어를 젓가락으로 떼어 먹지만 홈쇼핑 방송에서는 손으로 들고 통째로 먹는다”며 “열심히 먹다가 입안에 커다란 가시가 박힌 적도 있지만 시청자들을 위해 맛있어 하는 표정을 지어야 한다”고 털어놨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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