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품 가격도 하락했지만 그 폭이 수출품 가격보다 훨씬 적어 교역조건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14일 발표한 ‘5월 중 수출입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원화로 표시한 수출 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10.3% 하락해 2002년 1월(12.1%) 이후 최대의 하락 폭을 기록했다.
수출 물가는 전달(4월)과 비교해도 올해 들어 최대인 3.3% 하락했다.
이처럼 수출 물가가 크게 떨어진 것은 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의 영향이 컸다.
자동차 한 대를 수출하고 2만 달러를 받는다고 할 때 이를 원화로 환산하면 작년 5월(평균 원-달러 환율 1176.24원)에는 2350만 원의 가치가 있었지만 올해 5월(평균 환율 1002.42원)엔 겨우 2000만 원을 넘는 수준이 됐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과 미국의 수요 부진으로 석유화학제품 등 공산품의 국제가격이 하락하는 바람에 수출 물가가 더욱 떨어졌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한은 관계자는 “국제시장에서의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면서 수출기업들이 환율 하락에 따른 손실을 수출 가격 인상으로 메우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환율 하락과 수요 부진의 영향으로 지난달 수입 물가(원화 기준)는 전년 동기 대비 2.7% 떨어졌다. 하락 폭으로 보면 수입 물가가 수출 물가의 4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원화가 아닌 외화를 기준으로 한 수입 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13.4% 올랐다.
이에 따라 5월 수출물가지수(2000년=100)는 84.19로 낮아진 반면 수입물가지수는 107.52를 기록해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정경준 기자 news91@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