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투자 규제완화…골프장-헬스클럽 회원권 매입 쉬워진다

  • 입력 2005년 6월 16일 03시 24분


정부가 15일 발표한 해외투자 활성화 방안은 외환위기 후 지속된 달러유출 억제정책이 해외투자 촉진정책으로 바뀌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재정경제부 진동수(陳棟洙) 국제업무정책관은 “부동산 등 해외자산에 투자하려는 개인과 법인이 많다는 점을 감안해 규제를 완화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다음 달부터는 개인과 법인의 해외 부동산 및 회원권 취득이 쉬워진다. 또 개인사업자가 부동산 관련업에 직접 투자하거나 법인이 금융업에 투자할 수 있는 규모도 커진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자본이 해외로 빠져나가거나 위험관리를 못해 투자자가 손실을 볼 수 있다고 우려한다.

○ 개인, 미국 로스앤젤레스 50만 달러짜리 주택 살 수도

서울 영등포구의 한 금융회사에 다니는 기러기 아빠 권모(43) 씨. 아내와 두 딸이 로스앤젤레스에서 1년째 살고 있지만 아직 집을 구해 주지 못했다.

현행 외국환거래규정상 해외에서 매입 가능한 주택 가격이 30만 달러로 제한돼 있는 데다 본인이 2년 이상 살아야 하기 때문. 요즘 로스앤젤레스에서 방 3개짜리 집을 사려면 45만∼50만 달러가 든다.

권 씨는 7월 1일 이후 아내와 딸들에게 집을 사 줄 수 있다. 투자 한도가 50만 달러로 많아지고 배우자 명의로 구입할 수 있도록 규정이 바뀌는 덕분이다. 단 아내가 2년 이상 미국에 머물 것이란 점을 입증하는 서류(발령서류 등)를 한국은행에 내야 한다. 재경부는 현재 관련 지침을 마련하고 있다.

개인은 또 해외에 있는 골프장, 호텔, 헬스클럽의 회원권을 쉽게 살 수 있게 된다. 종전엔 한국은행에 신고해야 했지만 7월부터는 외국환을 취급하는 시중은행 중 한 곳에 신고하도록 절차가 간편해진 것. 회원권 거래 규모가 5만 달러 미만이면 국세청에 거래 내용이 통보되지도 않는다. 지금은 모든 회원권 거래 내용이 통보된다.

또 개인사업자가 부동산관련업, 골프장업 등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한도는 100만 달러에서 300만 달러로 늘어난다.

○ 법인 해외자산 투자 폭 넓어져

종합무역상사는 지금까지 전년 수출입 실적의 10% 이내에서 최고 1억 달러까지 해외 부동산을 살 수 있었다. 다음 달부터는 부동산 취득한도가 최고 3억 달러로 늘어난다.

또 기금은 앞으로 해외에서 부동산을 무제한 취득할 수 있고 한은에 신고하지 않아도 된다.

자산운용사와 부동산투자회사(리츠·REITs)의 해외 부동산 취득도 가능해졌다. 과거 자산운용사는 한은에 대한 사전 신고의무 때문에 투자를 꺼렸고 리츠는 해외 부동산 취득 자체가 금지됐다.

한편 기업이 해외 금융업과 보험업에 투자하는 한도가 없어져 해외 할부금융업이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외국에 진출한 국내 자동차회사가 계열 관계인 할부금융사를 현지에 세울 때 종전엔 투자한도 규정 때문에 설립이 힘들었다. 앞으로는 이런 한도 제한을 받지 않는다.

○ 외환보유액으로 기업대출

해외투자 활성화 방안의 하나로 한은은 과다 논란을 빚고 있는 외환보유액의 일부를 시중은행의 원화와 일정기간 맞바꿔 기업대출에 활용하는 ‘통화스와프’를 추진하고 있다.

한은이 은행의 원화를 담보로 잡고 이에 상응하는 달러를 내준 뒤 이를 은행이 △자본재 수입자금 외화대출 △기업 해외투자 외화대출 △외국환은행 해외점포 영업자금 등에 쓸 수 있도록 한다는 것. 총거래한도는 50억 달러. 이 제도 덕분에 한은은 외환보유액을 줄여 시중 통화를 흡수할 수 있다. 은행도 외화차입에 비해 유리한 조건으로 외화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 “위험관리 능력 있나” 논란

외국계 투자회사의 한 임원은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미국 등지의 부동산시장 임대 수요를 분석해 운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위험관리 능력이 부족해 자칫 큰 손실을 볼 우려가 있다는 것. 달러가 한꺼번에 빠져나갈 우려도 있다.

재경부는 해외투자 활성화 조치로 10억∼15억 달러의 자금이 해외로 유출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조종화(曺琮和) 선임연구위원은 “한국 경제를 불안하게 보는 개인이나 법인이 외국으로 눈길을 돌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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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정경준 기자 news91@donga.com

이병기 기자 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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