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강남 집값 절대 못 잡는다. 세무조사, 보유세 강화도 약발 안 먹힐 것이다.”(서울 강남 주부들)
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서 이색적인 재테크 행사가 열렸다. 외환은행과 대신증권이 서울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등 강남지역에 사는 ‘초우량 고객’만 초청해 부동산과 주식투자 방법을 설명하는 자리였다.
초청대상은 최소한 현금 재산이 5억 원을 넘고 예금, 주식, 부동산, 외환 등 종합적인 자산관리가 필요한 강남 부자들이다. 대부분 40, 50대 주부로 200석이 꽉 찼다.
○ ‘정부 엄포 안무섭다’
청와대 여당 정부가 혼신의 힘을 다해 강남 집값 잡기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강남 주부들이 보인 반응은 ‘글쎄올시다’였다.
본보가 이날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정부가 강남지역 아파트 가격을 잡을 수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120명 가운데 98명(82%)이 ‘잡을 수 없다’고 대답했다. ‘잡을 수 있다’는 대답은 22명(18%)에 불과했다.
정부는 보유세 등 아파트 관련 세금을 올릴 만큼 올렸고, 집값이 잡힐 때까지 세무조사를 실시하겠다고 엄포를 놓았지만 별로 무서워하지 않는 눈치다.
정부가 강남 집값을 잡지 못할 것이라고 응답한 사람들 대부분은 세금 중과(重課)와 세무조사에 대해 소용없는 대책이라는 견해를 나타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사는 한 주부는 “교통, 교육여건, 편의시설을 보나 체면을 생각하나 돈이 더 생겨도 강남 외에 갈 만한 곳이 없다”면서 “강남 집값이 오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데 정부가 무리한 정책을 동원한다”고 말했다.
‘강남권 부동산 시장 동향’을 강연한 이문숙(李文淑) LMS컨설팅 대표가 “집값이 아무리 올라도 45평형 이상 대형 아파트는 팔아달라는 매물은 안 나오고, 강남에 진입하려는 사람은 줄을 서 있다”면서 “강남에 집이 있다면 팔지 않고 갖고 있는 게 상책”이라고 조언하자 청중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 여유자금은 부동산에
강연이 시작되기 직전 종합주가지수가 3개월 만에 1,000을 돌파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첫 강사로 나선 김영익(金永翊) 대신증권 상무는 “종합주가지수 1,000이 문제가 아니다. 몇 년 뒤에는 3,000까지 간다”며 주식투자 유망론을 역설했다.
하지만 강남 주부들이 보인 반응은 딴판이었다. ‘여유자금이 생기면 어디에 투자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응답자 120명 가운데 40명(33%)이 “강남지역(경기 성남시 분당 판교, 용인시 포함) 아파트를 사겠다”고 대답했다. 개발 유망한 땅을 사겠다는 사람도 38명(32%)이나 됐다. 재테크에 관심 있고 자금도 있는 강남 주부 10명 중 6명이 부동산을 꼽은 셈이다.
반면 직접 주식투자를 하겠다는 대답은 23명(19.2%)이었다. 요즘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적립식 펀드 등을 통한 간접 주식투자를 하겠다는 사람은 7명(5.8%)밖에 안됐다.
예금 등 은행 금융상품에 돈을 넣어두겠다는 사람은 12명(10%)이었다.
김광현 기자 kkh@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