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가집 김치’ 브랜드로 이름난 ㈜두산 식품BG 전풍(田豊·51) 사장은 “중국 김치가 한국의 밥상을 점령하고 있다”며 한국 김치시장을 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산 김치의 판매 가격은 국산 김치의 절반 수준. 한국의 김치 제조회사들이 모두 국산 원료만 쓰고 있어 원가가 높은 것을 감안하면 중국산 김치보다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전 사장은 “중국산 김치가 한국으로 몰려오면서 국산 내수 김치시장은 2년 연속 몸집이 줄어들고 있다”고 걱정했다. 브랜드김치(포장 김치) 기준으로 올해 내수 김치시장 규모는 1만2887t. 지난해 1만6577t보다 22%나 줄어들었다.
관세청에 따르면 중국산 김치 완제품 수입액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2003년 2만8321t이던 중국산 김치가 올해는 18만5725t으로 555%나 증가할 전망이다.
전 사장은 이 때문에 음식점에서 김치 원산지 표시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음식점에서 나오는 김치들이 상당수 중국산입니다. 산지(産地) 표기를 의무화하지 않기 때문에 중국산이 국산으로 둔갑하기 일쑤죠.”
그는 음식점에 가면 김치 맛부터 본다. 국산인지 중국산인지 한 입만 맛보면 알 수 있다.
1987년에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국내에서 처음으로 포장 김치를 선보인 두산의 종가집 김치. 1991년 KS마크를 따고, 1995년에는 KOTRA로부터 한국을 빛낸 ‘일류화 상품’에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두산 식품BG는 지난해 적자를 봤다. 중국산 김치가 물밀 듯이 밀려온 데다 지난해 여름 배추파동으로 재료값이 폭등하면서 포장 김치를 팔면 팔수록 손해였기 때문.
전 사장은 “당시 포장 김치 8000원짜리 1봉지를 팔면 1000원씩 손해가 났어요. 그렇다고 김치 값을 올릴 수도 없고 내수시장을 잃지 않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팔았죠.”
㈜두산에서 주류부문 부사장을 맡았던 그는 “사람들이 술값에는 별로 신경을 안 써요. 하지만 주부를 타깃으로 하는 김치시장에선 가격에 너무 민감합니다”라고 말했다. 가격에 대한 소비자의 저항 마지노선을 가장 잘 읽을 수 있는 곳이 바로 김치시장이라는 것.
국산 농산물만 쓰기 때문에 포장 김치에 들어가는 배추 무 고춧가루 등 원재료비만 원가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그는 최근 농림부에 포장 김치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선 제품에 붙는 10%의 부가가치세를 면제하고 김치 원산지 표기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외국에선 한국산 김치가 인기가 높지만 정작 국내시장에서 중국산에 위협받고 있는 김치시장을 기능성 김치 등 제품차별화 전략과 수출시장 확대로 넘는다는 계획.
전 사장은 다국적기업인 질레트코리아 사장과 ㈜두산 주류BG 부사장, 광고회사인 오리콤 사장을 거쳐 지난해부터 ㈜두산 식품부문 최고경영자(CEO)를 맡아왔다.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