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리앗을 이긴 다윗
쿠쿠는 1978년부터 LG전자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전기밥솥을 만들며 성장했다. 1998년 자체 브랜드의 전기밥솥을 시장에 내놓았고 1999년 전기밥솥 시장 1위에 올라섰다.
대기업이 중소기업 시장에 들어가 중소기업을 몰락시킨 사례는 많다. 하지만 뒤늦게 뛰어든 중소기업이 대기업을 사업에서 철수시킨 일은 거의 없다. 쿠쿠는 삼성과 LG라는 골리앗 둘을 전기밥솥 시장에서 몰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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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쿠 스스로는 품질이 성공의 비결이라고 말한다. 운도 따랐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현금을 잔뜩 갖고 있던 것이 결과적으로 큰 도움이 됐다. 이 회사의 영업원칙은 ‘외상 사절’이다. 거래는 현금으로만 한다. 그런데 외환위기 이후 은행 금리가 20% 이상 치솟았다.
금리가 오르자 경쟁사의 마케팅비용은 크게 줄었고, 쿠쿠는 이 틈에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했다. 당시 전기밥솥 마케팅에 열을 올린 회사는 쿠쿠뿐이었다.
이어진 대기업의 전기압력밥솥 폭발사고도 쿠쿠에 ‘어부지리(漁父之利)’를 안겼다. 삼성전자는 2002년, LG전자는 지난해 각각 전기밥솥 폭발사고를 겪었다.
LG전자는 작년에 사고가 터지자 회사 이미지 실추를 우려해 사업에서 철수했다. 삼성전자도 최근 전기밥솥 등 소형가전제품을 만드는 자(子)회사 ‘노비타’를 구조조정 전문회사에 매각했다.
하지만 쿠쿠에는 대기업의 철수가 걱정스럽다.
구자신(具滋信) 쿠쿠홈시스 사장은 “삼성과 LG가 경쟁상대일 때 소비자와 유통업계는 ‘약자’ 쿠쿠에 동정심을 가졌다”며 “우리가 1등이 되자 유통업계는 가격이 비싸다고 불만이고 소비자도 더 많은 책임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 세계로 나가는 한국 밥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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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쿠는 국내에서 가격을 무기로 점유율 싸움을 벌이는 대신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코끼리밥솥’의 본고장인 일본과 중국 미국 러시아에서도 밥솥을 팔겠다는 것. 그래서 ‘전기밥솥’이라는 표현도 바꿨다. 쿠쿠의 전기압력밥솥은 러시아에서는 ‘압력조리기’로 통한다. 삼계탕 등을 조리하는 기능을 개조해 각종 찜 요리를 만들게 한 것이다.
해외 진출을 위해 큰 자금도 필요 없다. ‘외상 사절’ 영업방침 때문이다. 그 대신 해외 바이어를 끌어들이기 위해 ‘조리 시연(試演)’ 비용을 지원한다. 이렇게 하면 맛으로 입소문을 내는 효과도 있다.
허를 찌르는 발상으로 새 시장을 뚫는 것도 필요하다. 덥고 습한 베트남에서 가습기를 비싼 값에 파는 데 성공했던 것이 대표적인 예다.
구본학(具本學) 부사장은 “베트남의 부자들은 집에 에어컨을 틀고 사는데 이 때문에 집안이 건조해져 가습기가 필요하다”며 “프리미엄 가습기를 이런 가정에 팔아 크게 성공했다”고 말했다.
양산=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쿠쿠홈시스의 밥솥 분야 약진 | |
1978년 | 성광전자 설립 |
1982년 | 전기밥솥 대만 첫 수출 |
1998년 | 쿠쿠브랜드 전기밥솥 제작 |
1999년 | 국내 시장점유율 1위 |
2002년 | 국내 첫 자체 브랜드 밥솥 일본 수출 |
2004년 | LG전자 전기밥솥 사업 철수 |
2005년 | 삼성전자 소형가전 자회사 매각 |
자료:쿠쿠홈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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