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와 노사가 함께 참여하는 ‘기아자동차 혁신위원회’를 구성해 잘못된 인사 관행을 개선하고 상생의 노사관계 구축을 위한 자정운동을 벌여 신뢰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약속했다.
그로부터 4개월여가 지난 17일 기아차 노조는 혁신위원회 참여를 전면 거부했다.
노조는 이날 임시 대의원대회를 마친 뒤 성명을 통해 “노사가 협의를 거쳐 입사지원서에 추천인, 본적 기재란을 폐지하는 등 채용구조 개선안을 마련한 만큼 혁신위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또 “혁신위가 노조의 자율성과 노동3권을 침해하는 기구로 전락할 것으로 우려된다”면서 “노사의 잘못된 관행은 단체협약을 통해 해결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시민단체 대표 4명과 회사, 노조 대표 각 4명씩 12명으로 구성된 혁신위가 공식 출범한 것은 3월 23일. 위원들은 이날 투명한 채용시스템 구축을 위한 실무기획단 구성에 합의하고 4월 20일 2차 회의를 열기로 했다.
하지만 2차 회의는 물론 지금까지 단 한차례 회의를 열지 못했다. 3월 말 출범한 신임 노조 집행부가 “조합원 총회와 대의원대회 등 의결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면서 혁신위 참여를 계속 미뤘기 때문.
혁신위가 공전되던 지난달 24일 노사는 혁신위에서 논의하기로 했던 채용구조 개선 방안을 긴급 노사협의를 통해 내놓았다. 이는 혁신위 존립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시민단체 대표들은 “18일까지 혁신위가 정상화되지 않으면 위원회 자체가 무산된 것으로 알겠다”며 최후통첩을 보냈지만 돌아온 답은 노조의 혁신위 참여 거부였다.
채용비리로 궁지에 몰렸을 때 혁신위를 통해 새롭게 태어나겠다던 노사는 여론이 잠잠해지자 ‘언제 그랬냐’는 듯 대국민 약속을 뒤집었다.
노조는 “혁신위 대신 노조 발전 특위를 구성해 회사내부의 잘못된 관행을 고쳐나가고 지역발전을 위해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반영하겠다”고 했으나 이를 믿는 시민은 얼마나 될까.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번 일을 겪으면서 노동운동과 시민단체 활동 사이에 건강한 긴장관계가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고 말했다.
정승호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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