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톡톡 튀는 아이디어 전쟁
“(세계지도를 보면서) 날씨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안개가 잔뜩 낀 유럽에는 머리에 활력을 주는 미스트(안개) 라인을, 사우나를 하는 것처럼 열기가 푹푹 오르는 아프리카에서는 습기에도 머리 모양을 오랫동안 유지해 주는 사우나 라인을 권합니다.”(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대 팀)
“(눈을 뿌리며) 여기는 스키장입니다. 제 머리카락이 얼음에 언 것 같죠? 사실은 헤어 스타일링 제품인 ‘아이스 헤어’를 썼습니다.”(호주 모나시대 팀)
“몸에만 향수를 뿌리나요? 왁스 한번으로 머리에 ‘향수’를 뿌려 준다면 어떨까요?”(한국 서울대 팀)
올해 브랜드 스톰 결선대회 주제는 왁스, 스프레이, 젤 등 머리에 바르는 헤어 스타일링 제품을 자국 시장 상황에 맞게 마케팅 전략을 짜는 것. 대학생들이 마케팅 매니저가 돼 현지화 전략을 펼쳐보라는 것이다.
결선대회에 화려한 드레스 차림에서 스포츠웨어, 정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옷을 입고 등장한 31개국 대학생들은 쇼와 상황극을 통해 마케팅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인공 눈을 뿌리고, 음악에 맞춰 춤을 추다가도 언제 그랬느냐는 듯 진지한 얼굴로 연간 마케팅 예산 계획과 예상 시장점유율을 설명했다.
심사위원장인 린제이 오언 존스 로레알 회장은 “대단하다. 참신한 아이디어가 많아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다”고 격찬했다.
○ 패자는 없다
올해 대회는 아시아, 유럽, 아메리카, 아프리카 등 대륙별로 4개 조로 나눠 먼저 준결승을 치르고 각 조에서 1등한 4개 팀이 다시 겨뤄 1등을 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치열한 경쟁 끝에 우승은 담배케이스 모양의 헤어스프레이를 내놓은 스위스 팀이 차지했다. 용기 윗면과 아랫면 두 곳에서 분사할 수 있게 만들어 오전 오후 하루 2회 쓸 수 있게 만든 헤어스프레이다.
스위스 세인트갈대 세바스찬 바다즈(22) 씨는 “6개월 동안 아이디어를 모으고 버리는 일을 수도 없이 반복했다”며 “고생은 됐지만 ‘팀워크’의 소중함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2위는 프레젠테이션 매너가 돋보였던 호주 팀, 3위는 남아공과 말레이시아 팀이 공동 수상했다.
한국에서는 서울대 경영학과, 경제학과 학생 3명이 팀을 이뤄 파리 결선에 참가했지만 아깝게 준결승전에서 탈락했다.
서울대 경제학과 조민근(22·여) 씨는 “마케팅 전략을 짜고 프레젠테이션을 실습하면서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경제성을 적절히 조합하는 것이 ‘비즈니스’라는 것을 배웠다”며 “마케팅 전문가로 성장하는 데 오늘의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와세다대 경영학과 야노 유카(20·여) 씨는 “영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해 아쉬웠지만 6개월 동안 친구들과 마케팅 전략을 짜고 현장실습을 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며 활짝 웃었다.
로레알 아시아지역 토니 러셀 부사장은 “모든 팀이 잘했지만 우열을 가려야 하는 대회인 만큼 1등을 선정할 수밖에 없다”며 “한국팀은 지식과 프레젠테이션 기술, 창조성 등 모든 면에서 고르게 우수했다”고 칭찬했다.
파리=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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