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사는 2001년 5월 4일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을 신청했다. 하지만 기술신용보증기금(기보)은 M사의 매출실적이 낮고 수익구조가 약해 P-CBO 보증 대상에서 탈락시켰다. M사는 별다른 개선 없이 그해 다시 P-CBO를 신청했다. 기보는 별다른 심사 없이 보증을 승인했고 174억 원을 지원했다. 현재 M사는 부도가 났고 사장은 싱가포르로 달아났다. 174억 원의 손실은 기보가 떠안았다.
#사례2
D사는 2001년 8월 10일 연구개발(R&D)용으로 P-CBO 자금 60억 원을 지원받았다. 하지만 본래 목적인 R&D 대신 주식투자에 41억 원을 사용했다. 또 사장의 친형 앞으로 10억 원을 빼돌렸다.
감사원은 21일 “기보가 2001년 808개 벤처기업에 P-CBO를 신용 보증한 2조2122억 원 가운데 5월 20일 기준으로 8046억 원(36.4%)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808개 벤처기업 중 409개사는 이미 부도가 난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 P-CBO의 만기가 올해 말까지여서 기보의 최종 손실액은 1조 원을 넘어서고 3594억 원의 유동성 부족에 빠질 것으로 감사원은 추정했다.
2001년 벤처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도입한 P-CBO 제도가 신용보증 확정에서부터 사후관리까지 이같이 주먹구구식으로 관리된 것으로 드러났다. 기보가 떠안은 자금 손실은 결국 정부가 보전할 가능성이 높아 향후 혈세 낭비 논란이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P-CBO 보증제도의 방만한 운영에 대한 책임을 물어 당시 기보 이사장이었던 이근경(李根京) 전남 정무부지사를 고발조치하고 재정경제부 장관에게 유동성 부족 해결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감사원은 3∼5월에 실시한 신용보증기금, 기보, 한국수출보험공사에 대한 벤처기업 보증 지원실태 감사 결과를 이날 발표했다.
P-CBO는 자금조달 능력이 부족한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기보가 신용보증을 서 발행한 증권. 선진국에서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는 P-CBO는 2001년 당시 한국의 벤처기업을 살릴 제도로 각광을 받았다.
하지만 기보가 벤처기업의 신용과 기술력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아 P-CBO 운용이 부실덩어리로 전락한 것이다.
기보가 신용보증을 선 808개 벤처기업 중 투자적격 기업은 단 1개뿐이었다. 71개 기업은 신용평가 결과 보증곤란 기업, 기술평가점수 미달 기업, 이전에 지원 대상에서 탈락한 기업 등 문제 기업으로 분류됐지만 기보는 사업계획에 관계없이 자금을 일괄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P-CBO 보증을 받은 기업들의 도덕적 해이도 심각해 총 1911억 원을 지원받은 48개 기업이 주식투자, 부동산, 골프회원권 매입, 해외 유출 등 지원 목적과 다른 용도로 756억 원을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중 31개 기업은 소유 부동산 등을 매각하고 해외로 도피했다. 이와 관련해 감사원은 기보 이사장에게 48개 기업체를 고발토록 요구했다.
감사원은 △P-CBO에 대한 전문성 부족 △사업계획을 무시한 일괄 자금 지급 △실익 없는 P-CBO 해외 발행 등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한편 기보는 이날 “2001년 벤처기업이 붕괴될 위기에 처해 있어 너무 의욕적으로 지원한 점을 인정한다”며 “구조조정과 효율적인 리스크 관리를 통해 향후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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