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니프티 피프티’ 열릴까

  • 입력 2005년 6월 23일 03시 02분


1969∼1973년 미국 증시에서 가장 유행한 말은 ‘니프티 피프티(nifty-fifty)’였다.

‘멋진 50종목’이라는 뜻의 이 유행어는 기관투자가가 증시를 주도했던 이른바 ‘기관화 장세’를 달리 표현한 말이다.

당시 기관투자가들은 증시의 주도권을 움켜쥐고 철저히 대형 우량주 중심으로 투자했다. ‘멋진 50종목’이 바로 기관들의 투자 대상이었다. 이들 50종목 주가는 시장 평균에 비해 갑절 이상 올랐다.

최근 한국 증시에서도 기관화 장세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7조 원이 넘는 적립식 펀드를 바탕으로 기관들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은 어느 때보다 강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국내 증시에서는 ‘멋진 50종목’ 같은 대형주 위주의 상승세는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중소형주 위주의 ‘종목 장세’가 펼쳐지고 있다. 이 때문에 중소형주 위주의 ‘한국형 기관화 장세’ 가능성이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 미국과 다른 점

1970년대 초반 ‘니프티 피프티’ 장세에서 주목받았던 것은 코카콜라 아메리칸익스프레스 필립모리스 P&G 맥도널드 월트디즈니 등 대표적인 대형 우량주였다.

대형 우량주는 유통 주식 수가 많아 대량 거래에 따른 부담이 적고 중소형 종목에 비해 경영 투명성이 높았다. 기관투자가들이 대형주를 선호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

또 대형주는 배당률도 높아 한 번 매수한 뒤 장기 보유하면 높은 배당수익과 주가 상승을 함께 누릴 수 있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다른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올해 상승장에서 거래소시장 대형주는 11.24% 올랐다. 그러나 이는 중형주(28.74%)나 소형주(39.35%) 상승률에 크게 못 미치는 것이다. 특히 적립식 펀드 자금이 연초부터 자산주와 중소 우량주에 집중되면서 삼성전자 등 대형주 주가가 정체된 반면 중소형주가 시장을 이끄는 국면이 진행되고 있다.

○ 중소형 종목 장세 계속될까

전문가들은 이런 중소형주의 강세가 더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가격만 봐도 오랫동안 소외됐던 중소형주가 대형주에 비해 저평가돼 있는 상태다.

굿모닝신한증권에 따르면 대형주 가운데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 미만인 종목은 36% 정도인 반면 중형주와 소형주는 71%와 85%나 된다.

또 대형 우량주는 ‘주식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유통주식이 적다. 외국인이 상당 물량을 장기 보유한 채 팔지 않고 있기 때문. 따라서 유통물량이 많아 기관이 대형주를 선호했다는 미국식 ‘니프티 피프티’ 현상은 한국에서는 성립되기 어렵다.

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최근 나타나는 중소형주의 광범위한 강세가 상당 기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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