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수익률이 전부는 아니다. ‘안정성’이라는 또 다른 평가 요인이 있다.
다른 종목이 동일한 기간에 같은 수익률을 올렸다면 상대적으로 가격 변동이 적은 쪽에 높은 점수를 준다. 더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본보가 조사한 아파트와 주식 블루칩 25개의 가격 추이를 보면 평균 가격상승률은 비슷하지만 안정성 면에서 결정적인 차이를 보였다.
바로 이 점 때문에 부동산에 시중자금이 몰리고, 그로 인해 다시 안정성이 높아지는 구조라는 평가도 있다.
○ 아파트 vs 주식
주식 25개 종목으로 구성된 블루칩의 평균 주가는 1997년 1월 이후 8년 5개월여 만에 200% 넘게 올랐다. 이 기간 종합주가지수는 약 44% 오르는 데 그쳤다.
아파트 블루칩 상승률도 같은 기간 역시 200%를 넘어 전국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94.9%)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110.76%)보다 크게 높았다.
주식 가운데는 삼성전자가 954.1%, 신세계 770.5%, 에쓰오일이 639.7%로 아파트 블루칩보다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하지만 국민은행 기아자동차 LG카드 하이닉스반도체 KT KTF 등 6개 종목은 오히려 주가가 떨어졌다.
아파트 중에서는 서울 강동구 고덕동 고덕주공1단지 15평형이 416.1%, 서울 서초구 반포동 한신1차 32평형이 320.9%로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 아파트 블루칩 불패 행진
‘서울 강남지역 블루칩 가운데 대충 한 곳을 찍어 장기 보유하면 확실히 수익이 난다.’
8년 5개월 동안 부동산 블루칩의 특징은 이렇게 요약된다.
부동산 25개 블루칩의 상승률은 평균값인 214%를 중심으로 162.5∼416.1% 사이에 고르게 퍼져 있다. 투자 실패의 사례가 없다는 점이 눈에 확 띈다.
2002년 이후 입주를 시작해 이번 분석 대상에서 빠진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도 3년 사이 100% 넘게 올랐다. 지난해 입주를 시작한 경기 성남시 분당신도시 파크뷰도 약 200% 상승했다.
반면 주식 25개 블루칩 가운데 6개 종목의 주가는 떨어져 ‘우량주 장기 보유’가 수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이 입증됐다.
주식 블루칩은 또 1997년 12월 외환위기, 2000년 4월 현대그룹 유동성 위기, 2001년 9월 미국 9·11테러, 2003년 3월 이라크전쟁 등 국내외 많은 요인에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아파트 블루칩은 경기나 정책 등 외부 요인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 특징을 보였다. 특히 2000년 이후에는 시중자금(유동성) 외에 어떤 요인에도 거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 아파트 값은 왜 안 떨어지나
가격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재테크 수단으로 볼 때 큰 강점이다.
전문가들은 주식과 부동산의 차이를 규정하는 결정적 요인으로 ‘팔지 않고 버틸 수 있는 투자자의 심리’를 꼽는다.
주식 보유자는 경기가 안 좋아지면 손해를 보더라도 주식을 파는 경우가 많은 반면 아파트 소유자는 가격이 떨어져도 팔지 않는다. 그 집에서 살면서 버틸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한국 부동산시장의 특성상 ‘버티면 오른다’는 이른바 ‘불패’ 심리까지 작용해 웬만해서는 낮은 가격에 매물로 내놓지 않는다.
한번 확보된 안정성은 시간이 지날수록 스스로 커지는 효과까지 생기고 있다. 장기자금은 안정적인 수익률을 내는 분야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가격 안정성 확보→장기자금 유입→더 큰 안정성 확보’의 순환구조가 형성된다.
동부증권 장영수(張寧洙) 연구원은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통해 증시의 가격 변동성을 낮추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며 “증시의 안정성이 높아져야 부동산에 몰리는 자금이 분산되는 효과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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