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해결 시장에 맡겨야” vs “투기 수요 정부개입 필요”

  • 입력 2005년 6월 28일 03시 03분


코멘트
“시장에 맡겨라.” “정부가 개입해 불로소득을 없애야 한다.” 부동산 문제를 놓고 대담한 김경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왼쪽)와 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부의 부동산 시장개입 등 여러 이슈에 대해 첨예한 의견대립을 보였다. 대담은 예정시간을 훌쩍 넘겨 4시간가량 격렬하게 진행됐다. 24일 대담 직전 두 사람이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옥상에서 서울시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박영대  기자
“시장에 맡겨라.” “정부가 개입해 불로소득을 없애야 한다.” 부동산 문제를 놓고 대담한 김경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왼쪽)와 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부의 부동산 시장개입 등 여러 이슈에 대해 첨예한 의견대립을 보였다. 대담은 예정시간을 훌쩍 넘겨 4시간가량 격렬하게 진행됐다. 24일 대담 직전 두 사람이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옥상에서 서울시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박영대 기자
《잊을 만하면 급등하는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모두가 부동산 문제에 대해 말하지만 누구도 속 시원한 해법을 못 내놓는 답답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조차 완전히 상반된 의견을 내놓는 일이 많아 도대체 누구 말이 맞는지 헷갈릴 정도다. 정부가 8월 종합부동산 대책을 내놓기에 앞서 의견이 완전히 다른 두 전문가가 만나 서로의 해법을 말했다. 두 전문가는 시장론자인 서강대 김경환(金京煥) 교수와 계획론자를 대표하는 세종대 변창흠(卞彰欽) 교수. 사회는 경제부 이병기 기자.》

○ 신도시 공영개발에 대해

▽사회=정부가 검토하겠다고 밝힌 신도시 공영개발에 대해 먼저 말씀하시지요.

▽변 교수=정부가 말하는 공영개발의 명확한 의미를 모르겠습니다. 정부가 직접 아파트를 건설한 뒤 분양까지 하는 공영개발인지, 정부가 소유권을 갖고 임대하는 공공개발로 갈지, 아니면 이 두 방식을 섞을지 결정되지 않은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환매조건부 분양’ 제도를 도입했으면 합니다. 정부가 주택을 싼값에 분양하고 최초 입주자는 이 주택을 팔 때 정상적인 이자만 받고 주택공사에 팔도록 의무화하는 방법입니다. 분양가를 크게 낮출 수 있고 신도시 아파트 당첨이 ‘로또복권’이 되는 현상도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김 교수=변 교수가 주장하는 내용의 공영개발에 반대합니다. 주공이 신도시 아파트를 모두 공급하면 분양가는 낮아지겠지만 아파트 품질이나 다양성이 떨어집니다. 결국 수요자가 원하는 아파트의 공급이 모자라게 돼 아파트 값 진정에도 도움이 안 되지요.

개발이익을 환수하려면 건설회사가 토지공사로부터 택지를 공급받을 때 완전 경쟁을 하도록 해야 합니다. 또 분양가 규제로 최초 입주자에게 과다한 이익이 생긴다면 다른 장치를 통해 환수해서 이 돈을 서민층 주거 안정에 쓰면 되지요. 환매조건부 매입은 재산권의 핵심인 처분권을 제한하는 것으로 위헌 요소도 있습니다.

○ 개발이익 환수해야 하나

▽사회=신도시 공영개발이 주변지역의 아파트 값이 덩달아 오르는 현상을 막을 수 있다고 보십니까.

▽변 교수=공영개발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투기수요를 막는 개발이익환수제도 같은 대책을 도입하고 현재 시행되는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면 가능합니다. 모든 사람이 더 이상 부동산으로 인한 불로소득이 생기지 않는다는 생각을 갖도록 시스템을 갖춰야지요.

▽사회=개발이익을 어떤 식으로 환수한다는 뜻입니까.

▽변 교수=개발이익은 도로 건설, 정부의 개발계획 발표, 토지용도변경 등 자신의 노력이 들어가지 않은 부분에서도 발생합니다. 이런 불로소득형 개발이익을 환수하는 장치가 현재는 양도소득세밖에 없어요.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위한 혁신도시, 기업도시, 강북 뉴타운 등을 건설할 때 개발이익 환수장치가 없으면 투기가 일어날 수밖에 없지요.

▽김 교수=개발이익의 일정 부분 환수는 찬성합니다. 그러나 강남 재건축아파트 규제처럼 소형 평형을 많이 짓도록 하거나 임대주택 건설을 의무화하는 방식에는 반대합니다. 잘못된 규제로 주택시장이 왜곡돼 시장이 원하는 아파트의 공급이 줄어들면 안 됩니다. 재건축이나 도심 재개발에서 생긴 자본이득은 세금으로 걷으면 되지요.

최근 영국은 소득의 몇 배 이상으로 집값이 오르면 중앙정부가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의무적으로 택지를 공급하는 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투기적 가수요를 진정시키려면 양질의 주택이 계속 공급될 것이라는 믿음을 심어줘야 하기 때문이지요.

○ 부동산 문제의 근본 원인

▽변 교수=최근 일부 지역의 아파트 값 폭등은 공급 부족 때문이 아닙니다. 외환위기 이후 중대형 아파트는 획기적으로 늘었어요. 2인 이하 가구 비율이 50%에 육박하게 될 상황을 예상하면 중대형 아파트 수요는 주택 과소비의 전형이며 투기적 수요가 대부분이지요.

지금처럼 투기세력이 많으면 판교를 전부 중대형으로 공급해도 아파트 값은 떨어지지 않아요. 오히려 더 오를 것입니다. 공급만으로는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뜻이지요.

▽김 교수=주택 과소비인지 아닌지는 시장이 판단할 일입니다. 국민이나 정부가 시장수급의 원리를 무시하고 정서적 차원에서 부동산 문제를 추구하면 역효과를 낳는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해요.

주택을 연간 50만 채 건설한다는 총량적 정책이 아니라 수요가 있는 주택을 공급해야 하는 시대가 왔습니다. 세계적으로 정부가 모든 지역의 주택가격, 특히 가장 비싼 동네의 집값을 안정시키겠다고 공언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어요. 실현이 불가능하기 때문이지요.

정부는 소비자가 원하는 집이 적절하게 공급될 수 있도록 하고 시장에서 주택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서민을 지원해 주거 안정을 보장해 주는 데 전념하면 됩니다.

▽변 교수=김 교수의 지적은 일정 부분 맞습니다. 정부의 주택정책 목표는 1가구 1주택 보급과 서민의 실질적인 주거안정이지요. ‘강남지역 집값을 잡겠다’는 선언은 정치적 상징이 돼 강남지역 집값이 부동산 정책의 성공을 판단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됐습니다. 강남을 제외한 집값과 전세 가격은 안정돼 있는데도 정부가 이런 점을 부각시키기 어려운 상황이지요.

정부도 주택정책의 목표를 명확하게 밝혀야 합니다. 그러나 특정지역 집값이 투기적 수요로 많이 올라 다른 지역 주민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면 정부가 개입해야 합니다.

▽김 교수=최근 몇 년 사이 유럽이나 미국의 일부 지역 집값이 서울 강남지역 못지않게 올랐어요. 그렇다고 정부가 개입하는 나라가 있습니까. 미국 로스앤젤레스나 샌프란시스코, 뉴욕 등 부자동네 집값이 마구 뛰어도 언론이 집중적으로 보도하지도 않고 정부가 나서지도 않아요.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도 최근 부동산 값 상승을 ‘거품(Bubble)’이라 표현하지 않고 일부 지역의 거품이라는 의미에서 ‘froth(아주 작은 거품)’라고 설명했지요. “국지적 거품을 잡기 위해 거시정책을 동원하지 않겠다”는 말도 했어요. 강남 집값을 안정시키려면 강남 재건축, 강북 뉴타운 개발, 서울 외곽지역에 양질의 주거단지 개발처럼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는 길밖에 없습니다.

○ 부동산 추가 대책은

▽사회=정부가 내놓을 8월 부동산 대책에 어떤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고 보십니까.

▽변 교수=개발이익 환수와 부동산 투자로 얻은 불로소득을 세금으로 환수하는 시스템을 갖춰 부동산이 투자 대상이라는 인식을 바꿔야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입법 과정에서 후퇴한 부동산 정책을 원안대로 재추진, 양도소득세를 강화하고 종합부동산세의 과세 범위를 넓혀야 합니다.

▽김 교수=소유권을 제한하는 사회주의 체제가 아니고서는 부동산의 투자재적 성격을 완전히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주택은 가계 재산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누구나 향후 가격 상승을 염두에 두고 집을 사지요. 싫든 좋든 값은 시장에서 결정되고요. 국민, 언론, 정부가 이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악순환이 계속될 뿐입니다.

부동산 세제의 정상화는 필요하지만 급격한 세금 증가는 많은 부작용을 부릅니다. 보유세를 높이는 대신 거래세율을 낮춰 부동산 시장에 많은 물건이 나오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사회=두 분이 대표하는 시장주의자와 계획지향주의자 간의 인식 틀이 너무 달라 한두 번의 토론으로 수렴된 의견을 내놓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또 외국에서 시행 중인 제도나 그 효과 등에 대해서도 두 분이 다르게 주장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실증적인 연구나 토론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번 대담으로 왜 전문가들이 상반된 정책 대안을 내놓고 그 논리적 근거가 무엇인지를 국민이 이해하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정리=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 김경환 교수는

△1957년생

△서강대 경제학과 졸업

△미국 프린스턴대 경제학 박사

△전 유엔 인간정주위원회 도시재정자문관

△전 아시아 부동산학회 회장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건설교통부 중앙도시계획위원

△재정경제부 부동산가격안정심의위원

● 변창흠 교수는

△1965년생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서울대 환경대학원 행정학 박사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

△세종대 산업경영대학원 부동산경영학과 교수

△빈부격차차별시정위원회 전문위원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전문위원

△환경정의 집행위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