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의 경영문화가 바뀌고 있다. 최근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는 실리콘밸리 첨단기업들이 비용절감과 이윤극대화를 최우선 전략으로 채택하면서 과거의 창의적이며 도전적인 기술개발 문화가 퇴색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3일 분석했다.
최근 ‘구글’의 대박신화에서 알 수 있듯이 실리콘밸리 경제는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실리콘밸리 100대 기업의 총매출은 3360억 달러로 2003년에 비해 14% 늘어났다.
그러나 과거 활기찼던 실리콘밸리의 분위기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기업들이 아무리 경영이 좋아져도 직원을 새로 뽑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3년간 실리콘밸리 기업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80만 명 선으로 거의 변화가 없다. 이전 경기 회복기였던 1997년 당시 이 지역 근로자가 연 8만 명 가까이 늘었던 것과는 완전 딴판이다.
고용침체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직원들의 생산성이 높아졌기 때문. 그만큼 직원들의 업무 강도가 높아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리콘밸리 대표기업인 시스코의 경우 직원 1명당 매출 규모가 2001년 48만 달러에서 지난해 68만 달러로 급상승했다. 이와 함께 인건비가 훨씬 낮은 인도와 중국에서 직원을 스카웃해 오는 것도 실리콘밸리의 고용침체를 부추기고 있다. 이에 따라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미국인 직원 전체 비율은 2001년 90%에서 지난해 49%까지 떨어졌다.
고용침체는 인구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지역 일간 신문인 새너제이 머큐리뉴스에 따르면 실리콘밸리의 25∼40세 인구는 최근 3년 사이 연 5∼7%씩 줄어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용을 줄이고 이윤을 극대화하는 전략이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단기적인 수익향상에 도움이 될지는 모르지만 창의적인 기술개발에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특허 기술 신청 건수는 450건으로 이 지역 경기가 최악이었던 2001년에 비해 오히려 45건 정도 줄어들었다.
뉴욕타임스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이윤 추구형 경영전략은 벤처투자자들의 영향력 강화와 깊은 연관이 있다고 분석했다. 1990년대 말 인터넷 열풍당시 경영에 거의 관여하지 않았던 벤처투자자들이 지난 4∼5년간 침체기를 겪으면서 경영에 적극 참여하는 전략으로 선회했다는 것이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