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비스는 2001년 2월 설립된 회사로 정 사장이 39.85%, 정 회장이 35.15%의 지분을 갖고 있다.
현대·기아차그룹의 차량 탁송 업무를 맡고 있으며 지난해 매출은 9027억 원, 당기순이익은 696억 원으로 2003년보다 각각 55.9%, 72.7% 늘었다.
증권업계에서는 글로비스의 자기자본이익률(ROE)과 경영 실적 등을 감안할 때 공모가격이 주당 20만 원을 호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 사장이 보유 지분(정몽구 회장 지분 포함) 75% 가운데 경영권 유지선인 51%를 제외한 나머지를 매각한다고 가정하면 약 1500억 원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정 사장이 자신이 대주주인 비상장 계열사들을 통해 경영권 승계 작업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정 사장이 글로비스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그룹의 핵심 계열사 지분을 매입하는 데 쓸 가능성이 높다”며 “정 사장이 기아차 주식을 사들인다면 약 2.8%의 지분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는 올해 초에도 글로비스의 지분 25%를 노르웨이 해운사인 빌헬름센에 약 1000억 원에 매각한 뒤 기아차 지분 1.01%를 사들인 바 있다.
정 사장이 기아차 주식을 추가 매입해 지분을 높이게 되면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도에 참여하게 돼 경영권 승계를 위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정 사장이 대주주인 건설회사 ‘엠코’도 2, 3년 안에 상장시킬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비상장 계열사를 통한 후계구도 확립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관측이 많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정 사장이 대주주인 비상장 계열사를 집중 육성한 뒤 이들을 상장시켜 자금을 마련해 핵심 계열사의 지분을 매입하는 전략을 세운 듯하다”며 “다만 일각에서 변칙적인 경영권 승계라는 비판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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