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에선 “장기적으로 무역과 패션부문을 양대 축으로 하는 LG상사의 사업구조를 나누기 위한 작업의 일환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LG상사는 “무역과 패션사업 분리는 검토된 적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 구자경 명예회장 일가의 주식매입
구 명예회장 일가는 지난달 20일 희성정밀 희성금속 희성전자 희성화학 등 희성그룹이 갖고 있던 LG상사 지분 213만 주(3.13%)를 증시에서 사들였다.
주식 매입자는 구 명예회장을 비롯해 구본무 LG그룹 회장,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구본준 LG필립스LCD 부회장, 구본식 희성전자 사장 등 구 명예회장의 아들 및 며느리.
LG상사는 구 명예회장의 첫째 동생인 고(故) 구자승 전 LG상사 사장의 집안 몫으로 배정돼 있는 회사. 구자승 씨의 장남 구본걸 씨가 부사장으로 있고, 2남 구본순 씨와 3남 구본진 씨도 이 회사 상무로 근무하고 있다. 이 세 아들의 LG상사 지분은 15.5%.
이번 주식매매로 구 명예회장 일가의 LG상사 지분은 3.72%가 됐다. 구본걸 씨 3형제 지분에는 아직 크게 못 미치지만 추가매입 가능성도 있다고 증권가에서는 보고 있다.
LG상사는 2003년 LG그룹이 지주회사를 만드는 과정에서 지주회사인 ㈜LG의 자회사로 편입되지 않고 계열회사로 남아있는 상태.
㈜LG 관계자는 “LG상사는 다른 계열사의 무역업 대행업무가 많아 굳이 지주회사에 편입시키지 않아도 된다”면서 “이런 사업구도 때문에 기업 인수합병(M&A) 가능성도 별로 없어 굳이 지주회사 산하에 넣지 않았다”고 말했다.
○ 무역-패션부문 분리 가능성?
증권가에선 LG상사가 무역과 패션 두 부문을 장기적으로 나누는 쪽으로 사업구도를 재편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 회사는 올 1분기(1∼3월)에 무역부문에서 269억 원, 패션부문에서 133억 원의 영업이익을 각각 냈다.
재계의 한 관계자도 “전문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볼 때 두 부문을 별도로 독립시키면서 무역부문은 ㈜LG에 편입시키고 패션부문을 별도로 떼내는 구도가 아니겠느냐”고 내다봤다.
그러나 ㈜LG는 “이번 지분변동은 희성그룹이 투자수익을 실현하면서 주식을 팔고 구 명예회장 일가가 LG상사의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위해 사들인 것”이라고 밝혔다.
LG상사의 한 관계자는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으나 무역과 패션부문의 분리 가능성은 없으며 배당투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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