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졌다. 정부가 4일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4% 안팎으로 낮춘 데 이어 한국은행은 5일 올해 성장률 전망을 4.0%에서 3.8%로 내렸다. 한은의 전망대로라면 우리 경제는 처음으로 3년 연속 5% 미만의 성장을 하게 된다. 경제성장률은 자본과 노동 등 생산요소를 모두 활용할 때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인 잠재성장률을 2001년 이후 사실상 한 번도 넘어서지 못했다. 2002년에는 7.0% 성장했지만 신용카드를 남발해 억지로 끌어올린 것이어서 공인할 수 없다는 게 중론. 그만큼 우리 경제의 체력이 ‘약골’이 됐다는 뜻이다.》
○ 3%대로 떨어지는 성장률
작년 말 한은은 올해 상반기 3.4%, 하반기 4.4% 성장해 연간 4.0%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5일 상반기 3.0%, 하반기 4.5%, 연간 3.8%로 전망치를 수정했다. 이는 여러 연구기관의 성장률 전망치 가운데 삼성경제연구소(3.7%) 다음으로 낮은 것이다.
한은 김재천(金在天) 조사국장은 “국제유가 상승이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아 지난해의 저성장 추세가 올해 상반기까지 이어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대외 여건이 크게 나빠지지 않는다면 하반기에는 경기가 회복되기 시작해 4분기(10∼12월) 성장률은 4%대 후반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체적으로 그동안 성장을 견인하던 수출 증가세가 대폭 둔화되는 가운데 민간소비가 이를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하고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마저 기대 수준에 못 미치는 등 총체적인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 “일시적 현상이 아니다”
더욱 심각한 점은 한국 경제의 체력이 현저하게 떨어졌으며 저성장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연세대 이두원(李斗遠·경제학) 교수는 “한은이 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것은 경기 회복시점이 점점 지연되고 당분간 고성장이 어려울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000년 8.5% 이후 2001년 3.8%, 2002년 7.0%, 2003년 3.1%, 2004년 4.6% 등으로 저성장 기조가 굳어지고 있다. 2002년 7.0% 성장이 인위적인 ‘반짝 성장’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5년 연속 5%를 밑도는 저성장이 계속되는 셈이다.
한은이 올해 전망치를 낮춘 주요 이유는 국제유가. 연초 배럴당 34달러로 예상했던 원유 도입단가가 48달러로 치솟아 경기회복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 경제의 체질이 외부 변수에 취약한 구조라는 뜻이기도 하다.
여기에 기업들의 투자 기피가 계속되는 데다 기술개발과 노동력 고급화도 뚜렷하게 진전되지 않아 잠재성장률이 장기적으로 더 떨어질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 해답은 투자 활성화
성장률이 떨어지면 ‘고용사정 악화→소비여력 위축→저성장’의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정부가 올해 초 5%대의 경제성장 목표를 고집한 것도 잠재성장률 수준의 경제성장을 해야 매년 노동시장에 새로 쏟아지는 40만 명의 신규인력을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저성장의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투자활성화라고 입을 모은다.
홍익대 김종석(金鍾奭·경제학) 교수는 “국내 기업들이 해외 투자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인데도 국내 투자를 꺼리는 이유를 정부는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吳文碩) 상무도 “정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획기적인 감세정책 등 전방위 대책을 내놓아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정경준 기자 news91@donga.com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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