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로 인한 비용 상승, 중국과 중동 지역의 공급량 폭주,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내수 경기 등으로 이중 삼중의 압박에 직면했다.
특히 올해 하반기부터 세계 석유화학제품 시장의 공급이 수요를 크게 앞지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수출가격이 하락하고 있어 채산성 악화도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석유화학산업의 무역흑자는 한국 전체 무역수지 흑자의 30%에 해당한다”면서 “하반기 전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공급 초과에 고유가까지
석유화학산업의 발목을 잡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작년의 ‘호황’이다. 최근 수년간 호황을 누리자 세계 각국이 앞 다퉈 공장을 새로 짓거나 가동률을 높이면서 공급량이 급증했다.
올해 3월 중국 세코사가 연간 90만 t을 생산하는 공장을 새로 지은 데 이어 7월에는 바스프양쯔가 60만 t, 12월에는 CNOOC사가 80만 t의 공장을 가동할 예정이다. 9월에는 이란에서 사솔이 100만 t의 석유화학제품을 쏟아낸다.
여기에 고유가라는 새로운 ‘골칫덩어리’가 등장했다. 지난해까지는 세계 수요가 공급을 크게 앞질러 유가 상승으로 인한 비용 상승을 수출 가격에 전가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고유가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할 상황이다.
실제로 6개 주요 합성수지의 평균가격은 지난달 t당 1009달러로 작년 같은 달(1116달러)에 비해 9.6% 떨어졌고 올해 들어서도 3월 이후 4개월째 하락했다.
삼성증권 이을수 연구위원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고유가로 인한 비용 증가를 100%, 에틸렌은 130%까지 제품에 전가할 수 있었지만 올해는 80∼90%만 반영한다”면서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의 채산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 수출전선에 또 다른 복병
고유가는 정유회사보다는 에틸렌 등 기초 원료를 생산하는 석유화학회사나 합성수지를 만드는 화학회사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합성수지 중에서도 대형 가전제품용 플라스틱 원료인 ABS나 PS 등 고가 제품보다는 파이프나 비닐을 만드는 PVC, PP 등 범용제품일수록 타격이 크다. 범용제품일수록 생산자가 많아 경쟁이 심하기 때문이다.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하는 A기업의 해외영업 담당임원은 “내수경기 침체로 수출 비중을 늘려 왔지만 이제는 해외에서도 경쟁이 심해져 죽을 맛”이라며 “매일 대책회의를 열어도 해답이 없다”며 답답해했다.
석유화학제품 수출이 주춤하면 전체 수출도 영향을 받는다.
한국산업연구원 장석인(張錫仁) 주력기간산업실장은 “석유화학산업은 생산액 기준으로는 국내 제조업의 6%에 불과하지만 무역수지는 전체 흑자의 31%에 해당할 만큼 알짜 산업”이라며 “하반기 수출에 부정적 요인으로 등장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석유화학산업은 같은 제품군끼리는 품질 차이가 거의 없어 생산능력이 큰 기업일수록 유리하다”면서 “대규모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키우든지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옮겨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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