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L가격파괴 폭풍]PC는 맛보기… IT 全제품 저가 공세

  • 입력 2005년 7월 12일 03시 06분


《‘주문생산’과 ‘가격파괴’로 유명한 세계 최대 개인용컴퓨터(PC) 제조업체 미국 델사(社)가 사업영역을 급격히 넓혀가고 있다. PC뿐만 아니라 프린터, 서버, MP3플레이어, 디지털TV 분야에까지 진출해 가격파괴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의 정보기술(IT) 업체에 커다란 위협이다. 델은 미국 시장에서 저가(低價)형 PC를 쏟아내 거대기업 IBM이 PC 사업을 접도록 한 기업이다. 현주컴퓨터와 삼보컴퓨터 등 한국의 중견 PC 제조업체가 잇달아 부도를 낸 것도 델의 ‘저가 공세’ 영향이 컸다. 델은 조만간 한국에서도 프린터와 디지털TV 등의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어서 국내 전자업체들과의 한판 격돌이 예상된다.》

○ PC에서 모든 전자제품으로

델은 새로운 기술을 이용한 제품을 잘 만들지 않는다. 대신 혁신적인 제품이 보편화되기 시작하는 시장에만 뛰어든다. 그리고 ‘델 효과’라고 부르는 가격경쟁을 일으켜 시장 판매가격을 떨어뜨린다.

한국에서도 델 효과로 노트북 PC와 중소기업용 서버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노트북 PC 시장에서 ‘고가(高價)의 프리미엄 제품으로 승부하겠다’는 방침을 천명했지만 실제로는 델의 저가공세에 밀려 PC 가격을 대폭 낮췄다. 최근에는 국내에서 팔리는 노트북 PC의 70% 이상이 100만 원 이하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앞으로의 격돌 분야는 디지털TV다.

델은 미국 시장에서 30인치 액정표시장치(LCD) TV를 1399달러(약 140만 원)에 내놓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동급 모델(230만 원 안팎)의 60% 수준이다. 조만간 이 제품이 한국시장에 선보일 예정이어서 디지털TV의 가격파괴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 R&D의 목적이 다르다

김진군(金珍君) 한국델 사장은 “대부분의 IT 기업은 소비자에게 미래에 실현될 멋진 기술을 자랑하지만 10개 가운데 1개도 상품화되기 힘들다”며 “델은 신기술보다 당장 싸게 살 수 있는 제품을 만든다”고 말했다.

따라서 델은 연구개발(R&D)에 돈을 적게 쓴다.

경쟁사인 HP의 2004년 R&D 투자액은 매출액의 5%(35억 달러)였지만 델은 매출액의 1%(4억6000만 달러)에 불과하다.

R&D의 목적도 다르다. 대부분의 IT기업은 새로운 기술과 신제품 개발에 돈을 쓰지만 델은 비용절감에 사용한다.

그 결과 경쟁사인 HP와 IBM은 판매관리비가 각각 매출액의 19%와 30%이지만 델은 10%를 넘지 않는다.

델은 부품을 사는 단계에서부터 비용을 줄이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IT제품의 부품가격은 3개월에 평균 10%씩 떨어진다. 델은 3개월 단위로 수량만 확정해놓고 가격은 공장에 입고되는 순간에 결정하는 방식으로 구매가격을 낮춘다.

○ 델의 생산 노하우

델의 PC 제조과정은 이렇다.

소비자가 델의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원하는 PC를 골라 돈을 지불하면 말레이시아 공장은 주변 부품회사에 이 PC를 만들기 위한 부품을 주문한다.

부품은 1시간 안에 공장에 도착한다. 부품이 도착하면 근로자 1명이 혼자 PC를 처음부터 끝까지 조립한다. 대신 작업시간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부품은 나사 없이 끼고 빼는 방식으로 조립하는 ‘모듈’ 형태로 제작된다.

심지어 나사 작업이 필요한 부분에서도 시간을 줄이기 위해 나사를 규격화하고 전동 드라이버는 ‘3바퀴 반’만 돌리도록 했다.

이런 작업 단순화를 통해 주문에서 제작, 포장까지 평균 3시간이면 끝난다. 부품공장도, 재고공장도 없으니 고정비용 부담도 크게 줄어든다.

최근에는 조립식 주문 생산방식을 프린터, 서버, 디지털TV 등으로 확대하며 경쟁자들을 위협하고 있다.

김 사장은 “주문 생산 유통 등 모든 부문에서 비용 거품을 빼는 것이 델의 강점”이라고 자평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김두영 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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