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구가 좋아
총수들 가운데는 야구팬이 많은 편이다.
특히 구본무(具本茂) LG그룹 회장의 야구사랑은 유명하다. 프로야구단 LG 트윈스 선수들 이름을 꿸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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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1990년 프로야구단 LG 트윈스 창단 이후 2000년까지 매년 해외전지훈련 캠프를 찾아 선수들을 격려했다. 봄이면 경남 진주시 대곡면 단목리에 있는 자신의 외가로 선수들을 초청해 고사를 지내며 우승을 기원하는 ‘단목 행사’를 갖는다.
2000년 프로야구선수협의회 파동이 나고 선수들의 집단행동에 실망하면서 야구단 격려 행사를 중단했지만 올해 3월 정규시즌을 앞두고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회식자리에 직접 참석해 변함없는 애정을 보여줬다.
프로야구단 삼성 라이온즈 김응룡(金應龍) 사장의 부산상고 5년 후배인 이학수(李鶴洙) 삼성 구조조정본부장도 야구를 좋아한다. 지난해 삼성의 포스트시즌 경기는 거의 빼놓지 않고 관전했고 올해에도 4월 5일 삼성-LG 경기가 열린 잠실구장을 찾아 선동렬 감독과 선수들을 격려했다.
‘만능 스포츠맨’으로 잘 알려진 신동빈(辛東彬) 롯데그룹 부회장도 야구 마니아. 그는 일본 프로야구 지바 롯데 마린스의 구단주 대행이다. 롯데그룹 장병수 상무는 “이승엽을 스카우트한 것도 신 부회장의 적극적인 지시였다”고 귀띔했다.
○ 올림픽 금메달은 우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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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도시락 2개 싸 갖고 다니면서 레슬링을 한다고 이마가 까지던 게 엊그제 일 같은데 이제 회장으로 선수들 목에 금메달을 걸어주니 감회가 깊구나.”
이건희(李健熙) 삼성그룹 회장의 어머니 고(故) 박두을(朴杜乙) 여사가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이 회장에게 한 말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인 이 회장은 서울대사대부고 레슬링 선수 출신. 1982년부터 1997년까지 대한레슬링협회 회장을 맡았고 현재는 명예회장이다. 지금까지 레슬링에 지원한 액수는 200억 원에 이른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던 한명우 대한레슬링협회 전무는 “당시 금메달 2개로 최고의 성과를 낸 레슬링팀 선수들이 이 회장을 매트 위에서 헹가래 친 기억이 생생하다”고 회고했다.
정몽구(鄭夢九)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은 ‘한국 양궁의 대부(代父)’로 불린다.
초대 대한양궁협회 회장인 정몽준(鄭夢準) 의원에 이어 1985년 양궁협회를 맡은 뒤 1997년까지 4차례 연임하며 한국 양궁을 세계 정상으로 이끌었다. 1998년부터는 명예회장을 맡고 있다.
그가 양궁협회장으로 있는 동안 양궁이 올림픽에서 딴 금메달 수만 7개. 지원액수는 250억 원에 이른다.
1991년 폴란드 세계선수권대회에 갔다가 선수들이 물 때문에 고생하는 걸 보고 스위스에서 비행기로 물을 공수한 일, 대표 선수들이 묵는 태릉선수촌 숙소가 낡았다며 선수들 사기가 떨어질까 봐 도배를 다시 해 준 일은 지금도 입에 오르내린다.
정 회장은 1999년 “훌륭한 선수들이 다시 나와 후배들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며 은퇴 후 전업주부 생활을 하던 ‘신궁(神弓)’ 김수녕의 현역 복귀를 적극 밀어주기도 했다. 김수녕은 이듬해인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여자단체전 금메달을 일궈냈다.
정 회장의 외아들 정의선(鄭義宣) 기아자동차 사장은 올해 양궁협회장을 맡아 대를 이은 ‘양궁 사랑’을 보여 주고 있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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