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캉스 특집]구절리 레일바이크 여행

  • 입력 2005년 7월 13일 03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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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을 나온 레일바이크(2인승)가 송천을 따라 아우라지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레일바이크가 다니는 정선선의 구절리와 아우라지 사이 7.2km 철로구간 풍경은 감춰진 속살처럼 드러나지 않은 비경이다. 조성하 기자
터널을 나온 레일바이크(2인승)가 송천을 따라 아우라지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레일바이크가 다니는 정선선의 구절리와 아우라지 사이 7.2km 철로구간 풍경은 감춰진 속살처럼 드러나지 않은 비경이다. 조성하 기자
《눈이 올라나 비가 올라나 억수장마 질라나

만수산 검은 구름이 막 모여든다

아우라지 뱃사공아 배 좀 건너 주게

싸리 골 올동박이 다 떨어진다》

아우라지의 아라리 가락은 아직도 처연한데 떼배니 뱃사공은 고사하고 밧줄 잡고 건너던 함지박배마저도 이제는 찾을 길 없다. 그 배 거두고 다리 놓은 지 오래건만 옛 다리마저도 자취를 감춘 지금. 그 너른 물길 아우라지를 때깔 고운 새 다리 두 개가 가로지른다. 태풍 루사로 쓸려간 뒤다.

그중 하나는 정선선 철로다. 증산과 구절리, 두 역 사이 정선 오지를 한가로이 오가던 꼬마열차(객차 한 칸짜리)의 전용철로였다. 사공 사라진 아우라지에서 정선아라리 애잔한 가락에 추임새 될 만한 유일한 유물이던 그 열차. 그마저도 올봄 이 철교에서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아우라지와 구절리, 정선선 마지막 두 역의 7.2km 구간 철로가 ‘적자’로 폐선된 탓이다. 꼬마열차는 이제 증산∼아우라지 구간만 운행한다.

세월은 흐르고 세상은 변하기 마련. 아우라지라고 예외일 수 없다. 그래도 아쉬움 큰 것은 올곧이 남은 옛것 찾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이즈음에 그마저도 경제논리에 의해 역사 속으로 퇴출당한 서러움 때문이다.

지난달 22일 오전. 정선선의 막장, 구절리역을 찾았다. 바늘처럼 치솟은 노추 옥갑 도장 세 산에 갇혀 하늘마저 조각난 오지의 간이역. 주절주절 흐르는 송천을 벗 삼아 이 물 거슬러 야트막한 경사를 기어 오른 단선의 정선선 철로는 짧은 터널 지나 자리 잡은 이 역에서 가쁜 숨 몰아쉬고 그 행진을 접는다.

구절리역. 이곳은 별리의 현장이다. 그것도 여러 번. 마지막 비둘기호, 마지막 통일호 열차가 역사 속으로 떠난 곳이 바로 여기다. 석탄난로의 온기로 언 몸을 녹이던 옹색한 비둘기호 열차도, 봇짐 바리바리 싸들고 장터 다녀오던 할머니가 꼬깃꼬깃 접은 천 원짜리 지폐 몇 장을 고이 접어 손자 용돈 줄 참으로 고이 춤에 넣던 모습을 엿볼 수 있던 낡은 통일호 열차도 모두 예서 이 철로와 사람들에게 이별을 고했다.

그러나 이날만큼은 구절리가 끊을 ‘절(切)’자 아홉의 ‘이별 역’이 아니었다. 거꾸로 새 역사를 여는 ‘만남의 역’이 되었다. 구절리를 출발점으로 한 정선선의 새 주인 ‘레일 바이크’가 이 철로를 달리게 된 덕분이다.

정선선 터널안은 에어컨으로 냉방한 것처럼 시원해 들어서고 나면 나가기가 싫을 정도다. 화려한 조명으로 장식한 터널을 4인승 레일바이크가 지나고 있다. 조성하 기자

레일 바이크란 페달을 밟아 체인으로 바퀴를 움직이는 자전차. 레일 위로만 다니고 네 바퀴를 이용한다는 것만 다를 뿐 운전 요령은 자전거와 같다. 게다가 아우라지까지는 철로가 내리막이어서 힘도 들지 않는다. 이 새로운 탈것에는 폐선철로 활용과 탄광촌 정선의 역사가 담긴 정선선을 어떻게든 지켜보려는 주민과 김원창 정선군수의 노고가 담겨 있다.

레일바이크에 올라 페달을 밟았다. 생각보다 힘들지 않다. 오히려 자전거보다 힘이 덜 든다. 둘이 함께 젓기 때문이리라. 터널에 들어서니 원색의 조명으로 색다른 느낌이 든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환상적인 것이 있다. 냉장고처럼 서늘한 기운이다. 한여름 무더위 식히기에 그만이다.

시속 15km 정도로 천천히 달리는 레일바이크. 철로 정면으로 펼쳐지는 풍경이 기막히다. 구절리부터 레일바이크 곁을 떠나지 않는 송천의 물줄기. 그 물가로 레일바이크가 지나니 강상을 스친 시원한 바람에 더위는 간데없다. 이런 신선놀음을 하다 보면 터널 2개를 훌쩍 지난다. 레일바이크 휴게소는 그 즈음에 나타난다. 송천 강둑에 마련한 작은 플랫폼이다. 여기서 기념촬영도 하고 강바람도 쐬며 목을 축인다.

종착역을 앞두고는 큰 다리 하나를 건넌다. 태백을 훑고 내려온 임계천과 구절리부터 앞서거니 뒤서거니 내내 함께 해 온 송천, 이 두 물이 만나 한 물(조양강)로 아우러지는 ‘아우라지’다. 다리 중간에서 오른편 강둑을 보면 석상 하나가 서 있다. 떼꾼인 낭군을 기다리는 아우라지 처녀다. 이어 아우라지역 구내로 들어선다. 시계를 보니 꼭 40분 걸렸다.

정선 오지의 고운 속살을 이보다 더 확실하게 감상할 수 있는 것이 또 있을까. 레일바이크투어는 올여름 꼭 한번 해볼 만한 멋진 여행이다.

정선=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여행정보

◇정선 찾기=영동고속도로∼진부 나들목∼59번국도∼42번국도∼아우라지∼송천∼구절리 ◇레일 바이크=구절리역→아우라지역 한쪽 방향만 운행. 2인승(1만5000원), 4인승(2만 원)이 있다. 운영은 KTX관광레저㈜(www.ktx21.com). 예약가능. 02-393-3100, 033-563-8787 폐객차 두 량을 겹쳐 여치의 짝짓기 형상으로 만든 카페 ‘여치의 꿈’(구절리 역)도 명물.

◇맛집=아우라지역 근처 ‘옥산장’은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 등장한 시골여관으로 안마당에서 토속음식점도 겸한다. 주인 전옥매 씨가 수집한 수석전시실 ‘돌과 이야기’의 멍석바닥에 앉아 수석에 얽힌 이야기와 정선아라리의 구성진 가락도 들을 수 있다. 감자옹심이, 누룽지막걸리, 감자전, 토종닭백숙 등등. 033-562-0739

○패키지여행

청량리∼증산은 무궁화호, 증산∼아우라지는 꼬마열차로 여행하고 숙박과 토속음식 식도락은 옥산장에서 한다. 오장폭포 관광, 레일바이크 탑승, 정선비경투어(화암동굴, 소금강, 몰운대, 광대구곡)후 열차로 귀경하는 1박 2일 일정. 출발 7월 23, 26, 29, 30일과 8월 2, 5, 6, 9, 13, 14일. 9만5000(합숙)∼11만5000원(2인1실). 승우여행사(www.swtour.co.kr) 02-720-8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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