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 정부가 가격 결정권을 갖고 있는 담배를 만드는 회사. 2002년까지 만년 저평가 가치주였지만 담뱃값 인상이라는 악재를 뚫고 최근 주가가 4만 원대로 올라섰다.
이들 기업의 주가 상승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저금리가 계속되고 장기투자 문화가 정착하면서 10년 뒤를 내다보고 투자할 수 있는 기업, 즉 절대 망하지 않을 ‘채권형 주식’이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 더 길게 투자할 수 있는 기업
최근 장기투자를 기본으로 하는 가치투자자 사이에서는 더 길게 투자할 수 있는 기업을 찾는 분위기가 강하다.
가치투자자들은 투자한 기업이 적정 주가에 도달할 때까지 평균 1년 이상 보유하는 게 습관처럼 돼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최소 3년 이상, 길게는 10년까지 내다볼 수 있는 기업을 찾고 있다.
과거에는 워낙 저평가 기업이 많아 투자한 종목이 적정 주가에 도달하면 팔고 그 돈으로 다른 기업에 투자하는 전략이 가능했다. 하지만 지수가 1,000을 넘어서면서 저평가 기업이 크게 줄어 이런 투자방식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런 이유로 단기 적정 주가에 도달했다고 해서 당장 팔지 않아도 될 기업, 더 오래 기다려도 되는 기업을 찾는 것.
이런 관점에서 돋보이는 종목이 바로 한전과 KT&G처럼 ‘망하지 않을’ 기업들이다. 이들 기업이 1, 2년 뒤에 어떤 실적을 낼지 장담하기 어렵다. 하지만 적어도 ‘계속기업’으로 오랫동안 건재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시중자금이 채권에서 주식으로 전환되고 있지만 여전히 위험이 큰 주식에 대한 경계가 남아 있는 상황”이라며 “이럴 때 부각될 수 있는 종목이 한전과 KT&G처럼 부도 위험이 사실상 없는 채권형 주식”이라고 설명했다.
○ 투자 포인트
절대 망하지 않을 기업을 고르는 기준은 최악의 상황을 그 기업이 어떻게 견뎠는지를 보는 것.
‘서기 3000년에도 살아있을 기업’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농심이 대표적인 기업. 최근 영국과 독일 보건당국이 방사선 조사(照射) 표시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라면 등 일부 수출 품목을 수거해 주가에 타격이 예상됐다. 하지만 농심 주가는 3% 안팎의 하락세로 비교적 잘 버티고 있다.
한화증권 최현재 연구원은 “장기투자자라면 호재에 민감한 기업보다 악재에 둔감한 기업에 투자하는 게 좋다”라며 “망하지 않는 기업에 투자했다면 투자기간이 길수록 더 높은 가격에 주식을 팔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고 말했다.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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