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업 인재난, 학력 平鈍化, 국가 경제난

  • 입력 2005년 7월 14일 03시 08분


삼성 LG 등 전자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이 해외 우수인력을 모셔오는 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스카우트 대상도 현지 유학생과 해외동포에서 현지인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이유는 간단하다. 첫째는 삼성전자 윤종용 부회장이 올해 초 교육인적자원부를 상대로 한 강연에서 밝혔듯이 ‘소수의 영재(英才)가 나라를 먹여 살리기 때문’이다. 둘째는 그만한 영재를 국내에서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스위스 국제경영대학원(IMD)의 세계경쟁력 평가 가운데 ‘대학교육이 사회의 요구에 부합하는 정도’에서 한국은 60개국 중 52위라는 사실이 기업들의 고민과 직결된다.

교육 당국과 교육계는 기업이 간절히 원하는 인재를 제대로 길러내지 못하는 자신들의 책임을 크게 느끼고 죄스러워해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정부와 대학들은 서로 ‘네 탓’만 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학이 대입 수험생들을 1등에서 1만등까지 차례로 끊어가서 나온 대학경쟁력이 세계 몇 위냐”고 대학을 꾸짖었다. 서울대 교수협의회는 “고교평준화 정책으로 학생수준이 떨어졌는데, 대학이 세계적 수준의 인재 길러내기를 강요 받는다”고 되받았다.

현 정부는 ‘공교육 정상화’를 교육정책의 핵심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초중등교육의 질적(質的) 향상은 외면한 채 대입제도만 틀어쥐고 있는 한 공교육 정상화는 어렵다. 특히 점점 더 확산되는 ‘평등(平等) 만능’ 이념으로는 다수 학생의 학력(學力)을 끌어올릴 수 없음이 사실로 입증되고 있다.

올해 초 교육부가 발표한 전국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 따르면 중고교생의 절반이 학교수업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공교육의 기능이 무너지고 있다는 뜻이다. 본보 취재에 따르면 서울대생의 74%가 “잘못된 중등교육이 학력저하를 가져왔다”고 답했다. 30년간 고수해 온 고교평준화 정책의 결과가 이처럼 참담하다.

세계 주요국들은 지식기반사회에서 살아남고 국가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학력 증진에 초점을 맞춘 교육개혁을 앞다투어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 그리고 이념집단 교사들은 경쟁을 통한 학력 신장을 죄악시하며 학벌타파 운동에 매진하고 있다.

교육당국자와 교사들에게 묻는다. 내 자식의 기초학력이 형편없는데도 교사가 잘 가르칠 궁리 대신에 일제고사 반대, 교원평가 반대만 외치고 있다면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그렇게 무책임하게 학생들을 사회에 내보내고도 세금으로 월급 받고, 퇴직 후에는 넉넉한 교원연금을 받을 자격이 된다고 보는가.

최근 한국을 방문했던 미국의 경제학자 로버트 배로 교수는 “10년 후 경제성장률은 현재의 교육의 질이 결정한다”고 했다. 현재의 ‘하향 평둔화(平鈍化)’교육이 계속된다면 이 나라를 먹여 살릴 영재는 더욱 고갈될 것이다. 지금은 국내 업계가 해외에서 우수인재를 비싼 값에 수입해오지만 언젠가는 아예 인재가 많은 해외로 옮겨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 나라에선 일하고 싶어도 일할 기업이 없는 시대가 올 수 있는 것이다. 미래 인재의 싹을 자른 정부와 이를 부추긴 ‘운동권 교육계’가 그때 가서 과연 책임을 질 것인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