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서 사업해보니]北근로자 평등대우 요구

  • 입력 2005년 7월 15일 03시 10분


개성공단 시범단지에 진출한 남측 기업들은 ‘우수한 노동력을 싼 비용으로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개성공단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의류제조업체 신원의 개성 공장에서 북측 노동자들이 일에 열중하고 있다. 사진 제공 신원
개성공단 시범단지에 진출한 남측 기업들은 ‘우수한 노동력을 싼 비용으로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개성공단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의류제조업체 신원의 개성 공장에서 북측 노동자들이 일에 열중하고 있다. 사진 제공 신원
“옆의 공장은 어제 ‘고깃국’을 줬다는데 우리는 왜 계속 된장국입니까.”

개성공단 시범단지에 입주한 한국 기업의 경영진 사이에서 요즘 ‘국물 눈치작전’이 한창이다.

기계설비업체 호산에이스의 조동수 사장은 “밥과 반찬은 자신들이 싸오지만 국은 기업들이 제공하고 있다”면서 “북한 근로자들이 ‘평등한 대우’에 민감해 다른 업체의 동향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개성공단 시범단지에 입주할 15개 기업 중 마지막 3개 기업이 최근 공장을 짓기 시작하면서 시범공단에는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3800여 명의 북한 근로자가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

○ 부지런하고 ‘말 통하는’ 게 강점

동아일보 경제부가 14일 시범공단 입주기업 대표 및 임원들을 취재한 결과 15개 입주기업 가운데 14개 업체가 개성공단의 장점으로 ‘인건비에 비해 우수한 노동의 질’을 꼽았다.

북한 근로자들이 부지런하고 업무에 빨리 적응한다는 것이 이들의 일반적인 평가다. 언어소통의 문제가 없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았다.

월급은 1인당 57.5달러(약 5만8000원). 중국 동남아시아에 비해 경쟁력이 있다.

남북한의 문화적 차이도 나타나고 있다.

시계제조업체 로만손의 장호선 전무는 “직원을 교육할 때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벽보’라는 것이 특이하다”고 말했다. 시청각 교재에는 별 관심이 없던 직원들이 교육의 핵심 내용을 벽보로 써 붙이자 더 열심히 읽더라는 것.

A업체는 최근 공장 경비원 수를 놓고 북한 근로자 대표와 약간의 ‘마찰’을 빚었다. 기업주가 한 명을 고집한 반면 근로자 대표는 2명을 고집했다. A업체 대표는 “북한에서는 서로 감시하는 것이 일상화돼 모든 일을 2명 이상이 맡는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다”고 말했다.

현지 근로자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간식거리는 초코파이와 탄산음료. 하지만 북한 당국의 규제로 퇴근할 때 집으로 가져갈 수는 없다.

○ 출입국 절차, 높은 건축비는 불만

시범단지 입주기업의 80%인 12개 업체는 통관 및 출입 절차가 복잡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개성공단에 출입하려면 최소 3주 전에 북한의 민족경제협력연합회에 신청해 초청장을 받고 한국 통일부에서 ‘방북증’을 받아야 한다. 방문 3일 전에는 별도로 방문신고를 해야 한다.

가전 부품업체인 용인전자의 김농선 사장은 “국내 가전업체들은 3일 단위로 부품 수급을 결정하는데 제품을 실어 나오는 데 1주일이 걸려 순발력 있게 대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통관의 어려움 때문에 공장 건축비가 평당 200만 원 이상으로 치솟은 것도 기업들에 큰 부담이다. 건축자재 운송비가 25t 트럭 한 대당 60만 원까지 올랐고 북한에서 조달하는 모래, 자갈 등 골재 가격도 한국의 수도권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것.

이 밖에 용수 및 전기 등 기반시설 부족, 불편한 통신 인프라, 전략물자 반입제한 등도 어려움으로 꼽혔다.

이 같은 불편함 때문에 9개 기업(60%)은 2010년 이후에나 100만 평의 개성공단 본단지가 성공적으로 가동될 것으로 예상했다.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 서울사무소의 김봉준 소장은 “12일 끝난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에서 남북이 통행절차 개선 등에 협력하기로 합의한 만큼 이런 문제점들이 빠르게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이 기사의 취재에는 본보 대학생 인턴기자 손민정(연세대 경영학과 3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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