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과 은행 예금이 주축을 이뤘던 한국 국민의 자산 구조가 증시 활황과 적립식 펀드 열풍에 힘입어 주식투자 중심으로 바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 자산의 증가 속도가 빠를 뿐 아니라 금융 자산 안에서도 △은행에서 증시로 △직접투자에서 간접투자로 옮겨 가는 추세가 뚜렷하다.》
1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개인들이 갖고 있는 금융 자산은 올해 3월 말 현재 1097조 원으로 3년 만에 195조 원(21.0%) 늘었다.
개인이 보유하고 있는 전체 금융 자산에서 은행 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2년 1분기(1∼3월) 62.41%에서 올해 1분기 57.70%로 4.71%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에 간접투자 비중은 6.58%에서 7.30%로, 보험 및 연금 비중은 18.20%에서 20.69%로 각각 증가했다.
본보가 국내 5개 시중 은행과 9개 증권사의 프라이빗뱅킹(PB) 센터장 및 자산 컨설턴트 1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0%인 63명은 ‘최근 거액 고객의 자산 구조가 주식 투자를 확대하는 쪽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고 대답했다.
‘아직 변화가 없다’는 대답은 38명(36.2%), ‘부동산 투자가 늘고 있다’는 대답은 4명(3.8%)이었다.
PB는 금융회사에 따라 자산 1억∼10억 원 이상인 고객만 맡아 관리해 주는 영업점이다.
이들 가운데 93명(88.5%)은 향후에도 ‘개인 자산 구조가 바뀔 것이다’고 전망했으며, 80명(86.0%)은 ‘변화의 방향은 주식 투자’라고 답했다.
앞으로 유망한 투자 분야를 묻는 질문에 71명(67.7%)은 주식 투자를, 23명(21.9%)은 부동산을 꼽았다. 그러나 이들은 주식 직접투자보다는 간접투자를 권유했다.
실제로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간접투자 활성화의 기폭제인 적립식 펀드 규모는 지난해 말 1조9514억 원에서 올해 6월 말 3조6232억 원으로 급증했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전체 펀드 계좌는 5월 말 현재 652만 개에 이르며 그 가운데 280만 개가 적립식 펀드다.
증시 활황이 부동산가격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60명(57.1%)은 ‘그렇다’, 40명(38.1%)은 ‘그렇지 않다’고 각각 대답했다.
금융연구원 지동현(池東炫) 선임연구위원은 “적립식 펀드를 중심으로 간접투자가 확산되면서 부동산 등 실물 자산으로 흘러드는 자금이 줄고 있다”며 “부동산이 대부분을 차지했던 개인의 자산 구조가 근본적으로 변하는 빅뱅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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