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복은 신고식을 화끈하게 했다. 전국 곳곳에서 열대야(熱帶夜) 현상이 나타나 많은 사람이 밤잠을 설쳤다. 16일 아침 최저기온은 서울 24.2도, 대구 25.1도, 강릉 26도 등으로 올해 들어 가장 높았다.
초복 날 보신탕집과 삼계탕집에는 보양식을 먹고 무더위를 이기려는 손님들이 몰려 문전성시를 이뤘다.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한 보신탕집 주인은 “손님이 평소보다 3배가량 많았지만 경기가 안 좋아서인지 수육 등 비싼 메뉴를 찾는 사람은 적었다”고 말했다.
이날 한쪽에서는 개고기 식용을 반대하는 집회가 열렸다. ‘동물 보호를 위한 시민의 모임’ 회원 30여 명은 ‘I LOVE 누렁이’, ‘개는 친구입니다’ 등의 문구가 찍힌 티셔츠를 입고 정부중앙청사 후문 앞에서 “개는 식품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개고기 식용을 둘러싼 논란은 복날이나 대규모 국제행사가 열릴 때마다 되풀이된다. 관련 법률이 정비돼 있지 않은 데다 정부가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탓이다.
축산법은 개를 소 돼지 닭 등과 함께 가축에 포함시키고 있다. 반면 가축 잡는 것을 규율하는 법률인 축산물가공처리법은 개를 가축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보신탕을 많은 사람이 먹고 있지만 정작 도축에 대한 법적 규제는 없다.
주무부처인 농림부 관계자는 “축산물가공처리법상 가축 범위에 개를 포함시킬 계획이 없다”고 말한다.
현실적으로 많은 사람이 먹고 있으므로 보신탕은 식품이다. 따라서 식당에서 보신탕을 팔려면 식품위생법에 따라 일반음식점 영업 신고를 해야 한다. 비위생적인 보신탕을 팔면 처벌도 따른다.
1998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보신탕을 취급하는 업소는 전국 6484곳이며 연간 8428t이 팔린다. 개소주로도 연간 9만3600여 t이 소비된다. 육류 소비량으로 보면 돼지고기(연간 70만 t), 쇠고기(36만 t), 닭고기(28만 t)에 이어 4위에 해당한다.
보신탕을 먹는 것이 옳은가, 그렇지 않은가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하루 280t씩 소비되는 개고기의 유통과 도축이 사각지대에 방치돼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소모적인 논쟁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솔로몬의 선택은 없는 것일까.
김상철 경제부차장 sckim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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