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환경이 불투명해지고 기업 활동이 복잡해질수록 언론과의 접촉창구인 홍보팀의 중요성은 커지는 추세다. 언론환경도 인터넷매체의 증가로 달라졌다.
홍보팀은 기업의 성공적인 경영이나 사회공헌 활동을 언론을 통해 국민에 알리는 역할을 한다. 회사 이미지가 나빠질 수 있는 돌발 상황에서는 ‘위기관리’의 최일선에 선다. 따라서 홍보라인에서 일하는 임직원의 능력과 태도는 해당 기업에 직간접적으로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삼성, 현대·기아자동차, LG, SK 등 국내 4대 그룹의 홍보팀 면면과 특성을 들여다봤다.
○ 삼성, 정교하지만 ‘그늘’도 많아
삼성그룹의 홍보조직은 재계에서 양적으로 가장 막강하다는 평을 듣는다.
중앙일보 기자 출신인 이순동 부사장이 그룹 홍보를 총괄하는 구조조정본부 홍보팀장을 맡고 있다. 이 부사장 아래 안홍진(신문 담당) 상무, 김준식(방송 담당) 상무, 김태호(광고 담당) 상무 등이 각각 분야를 나눠 일하는 분업체제.
최근 정원조(잡지 담당) 상무 후임으로 제일기획에서 오랫동안 광고 분야를 맡았던 임대기 상무가 홍보팀에 합류했다.
대표적 계열사인 삼성전자에는 MBC 기자 출신의 이인용 씨가 전무급 홍보팀장으로 최근 영입됐다. 김광태 상무도 홍보 분야에서 오래 일했다.
‘삼성의 홍보’는 정교하다는 말을 듣는다. 업무에 자신감이 넘치고 직원들의 역량도 뛰어난 편이다.
하지만 ‘삼성의 힘’을 바탕으로 한 지나친 자부심은 장점도 있지만 부작용도 낳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막대한 광고물량과 인적 네트워크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삼성 홍보팀의 일부 임원들이 때로 오만하다는 말을 듣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홍보팀 이외의 취재는 철저히 막아 오히려 대외 커뮤니케이션을 막는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삼성 내에서는 최근 우리 사회에 반(反)삼성 분위기가 확산된 것도 홍보팀이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했거나 오히려 반감을 산 측면이 있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 LG, 슬림화된 조직으로 신뢰 강조
LG는 삼성과 달리 홍보팀에 기자 출신이 없다.
홍보 책임자는 그룹 지주회사인 ㈜LG와 최대 계열사인 LG전자 홍보팀장을 겸하고 있는 정상국 부사장. 정 부사장 아래 LG전자는 전명우 상무, ㈜LG는 유원 부장이 실무를 맡고 있다. 또 LG화학과 LG필립스LCD는 조갑호 상무와 이방수 상무가 홍보팀장으로 일한다.
LG는 홍보조직이 슬림화돼 있어 삼성과 비교할 때 인력 면에서는 부족한 편.
하지만 ‘투명하게 모든 정보를 공개할 테니 제대로 써 달라’는 홍보철학이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룹 경영이념의 핵심인 ‘인화’와 ‘정도(正道)경영’처럼 홍보에서도 먼저 인간적으로 신뢰를 심어주는 데 주력하는 편.
재계에선 “LG는 문제가 생기면 은폐하는 쪽이 아니라 정면으로 돌파해 해결하는 강점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 현대차, 치밀하진 않지만 부지런함
현대·기아차그룹에선 이용훈 부사장이 홍보를 총괄하고 있다. 이 부사장은 현대차는 물론 기아차와 관련해서도 핵심적인 사안은 관여한다.
현대차 홍보실장인 김조근 상무는 국내영업본부에서 오래 일한 ‘영업맨’ 출신이다.
현대차의 홍보스타일은 그리 정교하진 않다. 하지만 부지런하고 솔직한 홍보로 약점을 비교적 무난하게 극복한다는 평을 듣는다. 홍보라인에 대한 정몽구 회장의 신임도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5월 일본 도요타자동차가 미국 자동차업계의 반감을 줄이기 위해 현대차를 추켜세우자 현대차 측이 바로 “현대차가 도요타차를 따라잡으려면 아직 멀었다”고 치고 나가 효과를 거둔 것은 ‘투박하지만 여우같은’ 현대차 스타일을 보여줬다는 평이다.
○SK, 소버린 사태 맞아 홍보 강화
SK그룹은 기업문화실장인 권오용 전무가 홍보 사령탑 역할을 하고 있다. 계열사별로는 SK㈜에서는 황규호 전무와 이만우 상무가, SK텔레콤에서는 조중래 상무, SK네트웍스에서는 이근필 상무가 홍보 책임을 맡고 있다.
전경련 홍보부장과 금호아시아나그룹 홍보상무 등을 거친 권 전무는 지난해 4월 소버린자산운용과의 본격적인 싸움을 앞두고 영입됐다.
3월 주주총회에서 최태원 회장이 경영권 방어에 성공한 것은 꾸준한 지배구조 개선 노력이 제대로 홍보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당시 언론이 SK에 우호적이었던 것은 홍보팀 역량과 무관하게 사안의 성격 때문이라는 반론도 있었다.
SK 홍보라인은 지배구조 개선과 사회봉사에 대한 홍보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전체적인 맥락을 짚는 데 약하고 업무의 적극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평이다.
최영해 기자 ychoi65@donga.com
김상수 기자 sso@donga.com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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