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엔지니어링과 웹젠 등 코스닥 간판 종목이 2분기(4∼6월) 실적을 발표한 뒤 투자자의 불만이 높다. 두 회사는 3일 악화된 분기 성적표를 공개했다. 물론 기업 실적은 좋아질 수도 있고 나빠질 수도 있다.
문제는 이들 기업이 연초에 현실과 너무도 동떨어진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는 점이다. 기업의 ‘뻥튀기 전망’을 믿고 투자했던 투자자들은 최근 이들 회사의 주가 급락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
○ 어이없는 뻥튀기 실적 전망
반도체 장비업체인 주성엔지니어링은 3일 공시를 통해 올해 실적 전망을 다시 조정했다. 매출 목표는 연초 2237억 원에서 41%를 줄인 1318억 원, 영업이익은 당초 목표에서 무려 75.5%나 줄인 133억 원으로 수정했다. 매출은 반 토막, 영업이익은 4분의 1로 줄었다.
3일 게임업체 웹젠도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매출에 맞먹는 영업손실을 발표해 충격을 줬다. 2분기 매출은 75억 원이었고 영업손실은 67억 원이었다.
이 회사는 연초 공시를 통해 올해 목표가 매출 625억 원, 영업이익 150억 원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상반기(1∼6월)까지 성적표는 매출 169억 원과 영업손실 69억 원. 연초 전망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주성엔지니어링은 실적 전망을 하향조정하면서 “2007년에는 매출 1조 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혀 전문가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기도 했다.
대부분의 증권사가 예상하는 이 회사 2007년 매출 전망은 2000억 원 수준. 매출 1조 원은 ‘튀겨도 너무 튀긴’ 실적 전망이라는 평가다.
○ 손해는 투자자 몫
자기 회사 실적 목표를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 하지만 조정 폭이 50%를 넘나드는 정도라면 사실상 투자자를 기만했다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실제로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보고 있다. 주성엔지니어링 주가는 3일 하한가, 4일 8.52% 폭락하며 사흘 만에 시가총액 4분의 1이 날아갔다. 웹젠도 3일 하한가로 내려앉는 등 사흘 만에 시가총액 5분의 1이 사라졌다.
문제는 이런 뻥튀기 전망을 제재할 규정이 없다는 점. 회사는 연초 실적 전망을 하면서 ‘예측 정보이므로 실제와 다를 수 있다’고 공시를 해 책임을 면할 수 있다.
분기마다가 아니고 매달 실적을 공시하면 실적 추이가 보다 투명하게 투자자에게 전달된다. 하지만 이것도 의무사항이 아니어서 기업에 강제할 수 없으며 기업들도 매달 공시를 꺼리고 있다. 주성엔지니어링만 해도 매월 실적을 공개하다 “투자자들이 월별 실적에 민감하게 반응해 주가가 왜곡된다”며 분기 발표로 전환한 상태.
동부증권 장영수(張寧洙) 연구원은 “뻥튀기 실적 전망을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에 기업 스스로가 신뢰를 쌓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솔직한 전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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