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기업 10 이렇게 뚫는다]<10·끝>㈜한화

  • 입력 2005년 8월 11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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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는 산업 및 방위산업에 필요한 화약을 비롯해 각종 항공기와 인공위성 부품 등을 생산하며 미래 산업을 책임지는 첨단 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한화 직원들이 잠수함 등에 사용되는 음파탐지기 성능을 테스트하는 장면. 사진 제공 ㈜한화
㈜한화는 산업 및 방위산업에 필요한 화약을 비롯해 각종 항공기와 인공위성 부품 등을 생산하며 미래 산업을 책임지는 첨단 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한화 직원들이 잠수함 등에 사용되는 음파탐지기 성능을 테스트하는 장면. 사진 제공 ㈜한화
㈜한화는 1952년 한국화약으로 시작해 화약 부문 발전을 주도하고 있는 기업이다.

산업 및 방위산업에 필요한 화약을 비롯해 정밀유도무기, 항공기와 우주발사체 및 인공위성 부품 등을 개발하는 등 첨단 산업을 이끌어 나가고 있다.

불꽃놀이에 필요한 연화류 제품도 생산하고 있다.

서울세계불꽃축제를 비롯해 월드컵, 새해 등을 기념해 다양한 불꽃놀이 행사를 열어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는 기업도 바로 한화다.

한화는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대졸 신입사원 공채를 실시한다. 상반기는 3∼5월, 하반기는 9∼10월에 채용이 이뤄진다.

올해 상반기에는 화약 분야 33명, 무역 분야 20명 등 모두 53명을 선발했다.

하반기 공채는 다음 달 말부터 시작되며 50여 명을 뽑을 예정이다.

신입사원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15% 정도이며 앞으로 선발 인원을 좀 더 확대할 예정이다.

○ 자기소개서에 중점

선발 절차는 서류전형→1차 면접→2차 면접→신체검사로 진행된다.

서류전형에서는 나이, 학점, 어학 점수에 제한이 없다.

계량화된 수치보다는 자기소개서를 꼼꼼하게 읽어보고 회사에 대한 관심과 입사하고자 하는 열의 등을 중점적으로 평가한다.

실제 올해 상반기 합격자 가운데는 대학 학점이 4.5 만점 기준으로 3.0∼3.5점 정도, 토익은 이공계는 600점대, 인문계는 700점대도 있다. 학사 출신으로 32, 33세에 입사한 신입사원도 있다.

1차 면접은 실무진 면접과 토론 면접으로 구성된다.

실무진 면접은 면접관 5명이 30분간 지원자 5, 6명에게 질문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전공에 대한 지식을 중점적으로 물어본다.

토론 면접에서는 경제 이슈나 시사 현안 등을 놓고 30분 동안 찬반 토론을 벌인다. 이공계 출신에게는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인문계 출신에게는 ‘주한미군 철수’를 놓고 찬반 토론을 하도록 했다.

토론 시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고 혼자 이야기하는 사람은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한다.

○ 개인기보다는 조직 친화력 높이 사

2차 면접은 임원 면접으로, 실무진 면접과 같이 면접관 5명이 지원자 5, 6명에게 30분간 질문한다.

협동심, 인성 측면을 많이 평가하는데 ‘자신 있게 친하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는 몇 명인가’ ‘상사의 지시를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하겠는가’ 등과 같은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지원 동기도 중요시하는데 회사에서 진행하는 사업에 대한 의견을 이야기하며 자신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밝힌 지원자가 좋은 점수를 받았다.

간혹 지원자 중에서는 ‘5년 혹은 10년 후 어떤 자리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회사에서 열심히 배운 후 내 사업을 하고 있을 것’이라거나 ‘실무 경험을 쌓은 후 경영학석사(MBA) 과정에 있을 것’이라고 답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경우 회사를 오래 다니지 않을 것으로 비쳐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

또 제조업체인 만큼 ‘튀는’ 사람보다는 조직과 잘 융화하는 무난한 성격을 선호하는 편이다.

인사팀 이대우 차장은 “지난해 입사한 신입사원 한 명은 3번이나 떨어지고도 4번째 지원했는데 회사에서 그 열정에 탄복해 합격시키기로 결정했다”며 “그만큼 회사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가장 중요한 지원 요건”이라고 강조했다.

▼㈜한화는…▼

△2004년 매출: 2조3700억 원, 당기순이익: 2400억 원

△직원 수: 전체 2828명 (남 2535명, 여 293명)

△대졸사원 초임연봉: 2800만 원

※직원 수와 임금은 2005년 7월 현재.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독특한 신입사원 교육▼

㈜한화의 신입사원 교육은 독특한 색깔을 지닌 것으로 유명하다.

연수원에서 4주간 진행되는 교육 과정에는 회사 업무와 관련된 기본 교육 이외 장애 체험 프로그램도 포함돼 있다. 신입사원들이 휠체어를 직접 타거나, 두 눈을 가리고 시각장애인의 입장이 돼 생활해 보는 것.

이를 통해 장애인의 생활을 좀 더 현실적으로 이해하고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 지닌 의미를 생각해 보도록 하고 있다.

무박 2일로 강원 영동 지방에서 64km를 도보로 행군하도록 하는 것도 특징이다.

이 프로그램은 한계 상황을 돌파함으로써 도전정신과 자신감을 기르고 동료애를 체험하도록 하기 위해 마련됐다.

연수 마지막 날에는 전체 신입사원이 연수원 강당에 모여 맥주와 위스키를 섞어 만든 폭탄주인 ‘한화 의식주’를 동시에 마시는 행사를 연다.

양주는 다이너마이트의 뇌관, 맥주는 뇌관을 싸는 ‘작약’을 의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화에서는 이 ‘의식주’를 마셔야 진정한 ‘한화인’이 됐다고 인정한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올 7월 입사 윤원만씨 “저만의 장점 알리려 애썼어요”▼

올 7월 입사 윤원만 씨

“학점, 토익 등 점수로는 내세울 게 없습니다. 하지만 무기 분야에 관심이 많고 창의성과 변화 가능성이 열려 있어 회사에 도움이 되는 인재라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려고 애썼습니다.”

올해 7월 ㈜한화에 입사한 윤원만(26·사진) 씨의 대학 평균 학점은 4.3 만점에 3점이 채 되지 않고 토익 점수도 700점대다. 하지만 18명을 선발하는 생산관리 분야에 당당히 합격했다.

서강대에서 화학공학과 컴퓨터학을 전공한 윤 씨는 고등학생 때부터 탱크, 장갑차 등 무기 분야에 관심을 갖고 이와 관련된 전문잡지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화약의 역동적인 이미지에 반해 한화에 지원했어요. 화약은 평소에는 조용하지만 자신이 나설 때는 최고의 에너지를 폭발시키거든요.”

그는 다른 대기업 두 군데에도 최종합격을 눈앞에 둔 신체검사 단계까지 갔지만 한화에 합격하자 미련 없이 한화를 선택했다.

“대학생 때 내성적인 성격을 고치기 위해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좀 더 외향적인 성격으로 바꾸려고 노력했어요. 이러한 경험과 회사에 대한 관심을 자기소개서에 자세히 썼죠.”

그는 면접에서도 다른 지원자와는 다른 의견을 제시해 독특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1차 면접에서 ‘북한에 경제 지원을 계속해야 하는가’라는 주제를 놓고 토론을 벌였는데 윤 씨는 다른 지원자들이 인도적 차원에서 대북 지원을 바라본 것과 달리 현실적인 이유를 앞세웠다.

“중국 등 다른 나라들도 북한에 눈독을 들이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붕괴하면 자연스럽게 한국에 흡수될 것이라는 기대가 빗나갈 수 있습니다. 한국이 북한과 통일돼야 한다는 당위성을 국제 사회에 널리 알리려면 꾸준한 지원을 통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 달여간의 교육 기간에 느낀 회사 분위기는 화약을 다루는 회사답게 약간 터프하지만 ‘모두 함께한다’는 분위기가 강하다는 것.

“하룻밤을 꼬박 새워 64km를 행군하는 과정에서 서로서로 가방도 들어 주고 자기 물병에 얼마 남지 않은 물도 나눠 마시며 끈끈한 정을 나눴어요. 한 명도 낙오하지 않고 목적지까지 도착하니 화려한 불꽃놀이로 환영해 주더군요. 가슴이 벅차올랐던 순간이었습니다.”

그는 앞으로 로켓, 유도무기 등 방위 산업 관련 분야에서 일해 보고 싶다고 밝혔다. 잡지, 인터넷을 통해서 간접적으로만 접했던 분야를 이제 직접 체험할 수 있게 됐다는 기대에 한껏 부풀어 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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