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환경이 극히 불투명한 상황이 계속돼 성장률 전망치에 대한 합의가 좀처럼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
이 때문에 이달 중순경 발표할 계획인 내년도 경제전망 보고서를 제때 만들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얘기도 나온다.
삼성경제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15일 “최근 팀장급인 박사들끼리 토론을 했는데,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최저 3.7%에서 최고 5.1%로 나왔다”면서 “비관론과 낙관론 사이에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보고서 작성 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X파일’의 후유증이 얼마나 계속될지 가늠할 수 없는 데다 이달 말 발표될 예정인 종합부동산 대책도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보여 내년 경제전망을 하기가 아주 어려운 지경”이라고 털어놨다.
이런 사정 때문에 이 연구소는 경제상황을 시나리오별로 제시하고 각각의 상황을 토대로 경제전망치를 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원장 이윤호·李允鎬)은 9월 초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와 함께 내년도 경제전망 보고서를 내놓을 계획이다.
김주형(金柱亨) 상무는 “올 하반기 성장률 전망치를 4.5∼5.0%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2000년 8월부터 진행된 장기 경기 하강곡선이 일시적으로 상승하는 것이지 불황을 탈피하는 신호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유가에다 환율과 부동산 등 내년도 한국경제에 영향을 끼치는 경제변수들이 적지 않아 전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부설 한국경제연구원(원장 노성태·盧成泰)은 이달 말경 내년도 경제전망 보고서를 내놓는다.
허찬국(許贊國) 한경연 거시경제연구센터 실장은 “1, 2년 전만 해도 성장률 5%는 쉽게 달성할 수 있는 수치라고 생각했는데 갈수록 그런 기대감이 낮아지고 있다”며 “올해 하반기 성장률을 4.1%선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간 연구소들은 경제에 전력을 다하겠다는 정치권의 다짐과 달리 정치적인 악재가 계속 터져 나오고 있는데 대해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또 재정경제부 등 경제부처에선 종합 부동산대책의 파급효과가 내년도 경제성장에 큰 부담을 주지는 않을지 고심하는 분위기다.
재계도 비슷하다. SK그룹 관계자는 “정치권에선 경제에 대한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지만 현장의 기업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꽁꽁 얼어붙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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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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