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의 직종변화 정도가 실증적으로 입증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화이트칼라의 고용 상태 역시 매우 불안하다는 점이 이번에 확인됐다.
조사에 따르면 1998년 당시 사무직 근로자와 준(準)전문직은 각각 40.6%와 48%가 2003년에 서비스 근로자나 기능직 또는 단순노무직 등 하위 직군(職群)으로 추락하거나 직장을 잃었다. 화이트칼라가 외환위기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음을 보여준다.
반면 외환위기 당시 기능원 등 생산직 근로자는 5년이 지난 후에도 절반 이상이 같은 일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위 직군으로의 추락은 쉽지만 상위 직군으로의 상승은 어렵다는 뜻이다.
1998년에 취업을 희망했던 무직자 1178명 중 2003년 현재 자신이 원하는 직종에 취업한 비율은 19.7%인 232명에 그쳤다. 이들의 절반가량은 여전히 무직 상태였다.
장기 실업에 허덕이는 구직자의 희망과 실제 노동시장의 수요에 큰 격차가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의사, 법조인, 대학 교수 등 전문직의 경우 설문에 모두 응한 217명 중 140명(64.4%)이 5년 뒤에도 같은 직종을 유지해 외환위기와 장기 불황의 파고를 수월하게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적으로 외환위기 이후 5년 간 취업자의 절반가량(51.8%)이 원래 직종을 유지한 가운데 ‘입법공무원, 고위 임직원 및 관리자’ 그룹과 ‘단순노무직 근로자’ 그룹의 직종 유지율이 각각 30.3%, 37.2%로 가장 낮게 조사됐다.
최상위와 최하위 직종에서 이동이 가장 심했다는 뜻이다.
노동패널조사는 전국 도시지역의 만 15세 이상 동일 그룹을 대상으로 신상과 가구원 현황, 직업 변동, 소비, 지출 등 경제활동 항목의 변동사항을 매년 추적 조사하는 것으로 1998년 시작됐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권혜진 기자 hjkwon@donga.com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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