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달에 1조5000억 원 움직인다
SK㈜ 원유 트레이딩팀에서 계약 주문만을 담당하는 트레이더는 총 10명. 서울 본사에 3명, 싱가포르에 2명, 두바이 런던 휴스턴 베이징(北京) 도쿄(東京)에 1명씩 있다.
이 트레이더 10명이 하루에 구매하는 양은 75만 배럴 정도. 하루에 배럴당 1달러만 변동해도 75만 달러(약 7억5000만 원)가 왔다갔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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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구매량을 금액으로 따지면 한 달에 약 15억 달러(약 1조5000억 원)에 이른다. 이들의 판단은 회사에 엄청난 이익을 가져다 줄 수도, 큰 손실을 안겨줄 수도 있다.
의사결정 과정은 간단하다. 해외지사에서 매물로 나온 원유와 가격조건 등을 조사한 시황 자료를 매일 본사로 보내 준다. 본사의 트레이딩팀은 다음 날 출근해 이 자료를 비교, 검토한 뒤 의견을 교환하고 매수 주문을 낸다.
매수 주문은 세계 최대 석유회사인 미국 엑손모빌 등 각 석유회사의 트레이더나 트레이딩 컴퍼니(원유를 샀다가 이익을 남기고 되파는 회사)들을 상대로 낸다. 주문은 트레이더 간의 전화로 성사된다. 1년 이상을 두고 원유를 공급받는 장기계약과 그때그때 계약해 공급받는 현물계약으로 나뉜다. 비율은 7 대 3 정도.
구매 비중으로 따지면 중동산이 70%로 가장 많고 동남아시아, 서아프리카(나이지리아), 기타 지역(미주 및 오세아니아)이 각각 10%를 차지한다.
○ 잘되면 대박, 못되면 쪽박
배 대리는 SK 원유 트레이더들 가운데 ‘막내’다. 2000년 SK에 입사한 뒤 2003년 원유 트레이더로 입문했다.
하루 일과는 숨 돌릴 틈이 없다. 해외 지사에서 보내준 자료 분석과 정보 교환, 현장 의견 청취, 전략회의가 꼬리에 꼬리를 문다.
“싼 매물이 나왔는데 살까요?” “공장에서 고유황 원유를 원하는데 구입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쪽 원유는 경제성이 떨어져요.”
김남호 부장, 김재남 과장, 배 대리로 짜인 본사의 트레이더 라인은 전략회의를 통해 의사 결정을 내린 뒤 매수에 들어간다. 해외 트레이더들도 본사의 지시에 따른다.
배 대리가 취급하는 물량은 한 달에 50만∼100만 배럴.
그는 미국 석유회사인 셸과 일본의 트레이딩 컴퍼니인 미쓰비시상사 등 6, 7군데의 주요 거래처를 두고 있다.
“원유는 워낙 덩치가 큰 물건입니다. 한번 결정을 내리면 돈이 되기도 하고 크게 깨질 수도 있죠. 선배들은 ‘10년 했는데도 아직 어렵다’고 말합니다. 그만큼 부담이 크지요.”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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