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동산종합대책…공급확대 2010년까지 ‘큰걸음’

  • 입력 2005년 8월 24일 03시 05분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수도권 주택 공급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세금만으로 집값을 잡을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강경 일변도였던 세제 강화방안도 소득이나 자산 보유 정도에 따라 이원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조세 저항을 막고 정책에 대한 지지층을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

○ 연간 6만가구 추가 공급 계획

당정이 잠정 합의한 신규택지 공급 규모는 1500만 평. 분당신도시(594만 평) 2.5개 규모로 내년부터 연간 300만 평씩 조성할 계획이다.

현재 거론되는 택지 후보지는 서울지역의 송파구 거여동 국군특전사 부지(58만 평)와 장지동 남성대골프장(24만 평), 경기지역의 용인시 국립경찰대(27만 평)와 법무연수원(22만 평), 수원시 축산연구소(33만 평), 작물과학원(27만 평) 등이다.

인천 청라지구(541만 평), 파주시 운정(284만6000평) 교하(61만8000평) 금촌2지구(26만1000평), 양주시 고읍(44만9000평) 광석(36만3000평) 옥정(184만7000평) 덕정2지구(7만4000평) 등 개발이 진행 중인 택지지구도 규모를 확대하기로 했다.

김포신도시와 동탄신도시(화성시)의 주택 공급물량을 판교신도시처럼 중대형 평형 위주로 10%가량 늘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당정이 택지공급 목표를 1500만 평으로 잡은 이유는 수도권의 신규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5년간 30만 가구가 들어설 수 있는 토지가 추가로 필요하기 때문.

건설교통부가 열린우리당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에는 매년 30만 가구의 주택이 새로 지어져야 하지만 실제 공급량은 24만 가구에 불과하다. 따라서 택지 공급을 늘려 연간 6만 가구씩을 5년간 공급해 수급을 맞추겠다는 것.

○ 세금 부담 증가는 부유층에만

당정이 밝힌 세제 개편방안을 종합하면 세금 인상의 타깃을 일부 부유층에 한정하고 실수요자의 세 부담 증가는 최소화하는 쪽으로 골격이 짜이고 있다.

보유세 증가폭 상한제(50%)를 폐지하는 방안도 종합부동산세 대상인 6억 원 이상 주택(나대지는 3억∼4억 원 이상)에만 한정하고, 보유세 실효세율도 종부세 부과 대상에 대해서만 2009년까지 집값의 1%로 올리기로 했다.

6억 원 미만 주택에 대해서는 과세표준(세금을 매기는 기준 금액)을 매년 5%씩 점진적으로 높여 2015년 또는 2017년 집값의 100%에 도달하도록 할 계획이다.

1가구 2주택 보유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조치는 예외 없이 전면 실시키로 했다. 집값이 낮거나 비(非)투기지역은 제외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지만 예외를 두지 않겠다는 것.

단, 중과세 시행시점을 1∼2년 유예해 이 기간에 집을 팔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2주택 보유자에게 중과세를 피할 수 있는 기회를 주면서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기회를 간접적으로 늘리겠다는 포석이다.

지금까지 양도세와 보유세가 면제됐던 재건축 아파트 분양권을 과세 대상에 포함하는 대책도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도록 하는 압박 요인이다.

취득·등록세를 0.5%포인트가량 낮추겠다는 방안도 무주택자를 위한 조치.

정문수(丁文秀) 대통령경제보좌관이 밝힌 장기보유특별공제 유지도 같은 맥락이다. 이 제도는 6억 원이 넘는 집을 갖고 있는 사람은 주택 보유기간이 10년 이상이면 양도차익의 30%를 공제하는 것으로 퇴직자들의 조세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의미다.

○ 해결할 숙제 많아

당정이 택지 공급 확대를 선택한 건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한 근본 대책이 절실하다는 현실론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계획대로 택지 공급이 순탄하게 진행될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당장 수원시와 용인시 등 자치단체장들은 “가뜩이나 과밀한 상황에서 밀도를 더 높일 수 없다”며 택지 확보에 반대하고 있다.

국·공유지 개발도 각종 법령 개정 절차 등이 복잡하다.

더욱이 남성대골프장 등 서울 강남권의 주택 수요를 효과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 지역은 지방에 대체 부지가 마련되고 실제 건물이 들어서 입주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려 장기 대책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주요 공공기관이 이전하려면 2010년은 돼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세제 이원화도 원칙은 맞지만 실제 시행 과정에서는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1가구 2주택 중과세 등은 서울 강남권 등 인기 지역을 제외한 곳의 매물만 늘게 해 집값이 싼 지역의 집값만 더 떨어뜨릴 수도 있다.

실제로 2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한 양도세 실거래가 과세 방침이 나온 ‘5·4 대책’(올해 5월 4일 발표) 이후 강남 집값은 계속 올랐지만 서울 강북과 수도권 변두리 지역의 집값은 떨어졌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