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블랙톤 모피…벨벳…낙엽 밟으며 러시아 패션이 온다

《‘소녀에서 성숙한 숙녀로….’ 소녀같이 귀여운 로맨틱 패션이 인기를 끌었던 봄, 여름과는 달리 올 가을 패션은 보다 성숙해질 것 같다. 올가을 여성복의 가장 큰 특징은 다양한 문화와 향수가 녹아있는 복고 스타일과 레드, 골드 등 화려한 색으로 수놓은 러시아 스타일. 화사한 원색이 인기를 끈 작년과는 달리 올해는 차분한 블랙 톤이 유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패션연구소 김정희 과장은 “러시아가 21세기 강대국으로 부상하는 가운데 패션도 러시아 스타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올가을에는 러시아 등 동유럽 스타일을 기반으로 블랙의 어두운 컬러가 인기를 끌 것”이라고 말했다. 올봄에 사둔 레이스 달린 핑크 원피스는 잠시 놔두고, 가을엔 이국적인 러시아 여인으로 변신해 보는 것은 어떨까.》

○ 닥터 지바고의 ‘라라’처럼

올 상반기 유행한 아프리카 풍의 ‘에스닉 룩’이 가을로 넘어오면서 동유럽, 특히 러시아 풍으로 바뀌었다.

닥터 지바고의 여주인공 ‘라라’처럼 모피, 벨벳을 사용해 고급스러우면서도 우아한 스타일이 주목을 받고 있다.

벨벳 등 고급스러운 소재에 골드 색상으로 정교하게 수를 놓거나 크리스털 장식을 달아 귀족적인 느낌을 강조하고 있다. 날씨가 쌀쌀해지면 양털이나 여우 털 등을 모자나 신발, 가방, 옷소매 부분에 덧대 ‘시베리아 멋쟁이’로 변신할 수 있다.

벨벳으로 된 ‘엠파이어 라인’ 원피스는 인기를 끄는 러시안 스타일 중 하나. 이 원피스는 가슴 바로 밑부터 A라인(A모양처럼 허리부근에서 살짝 퍼지는 것)으로 퍼지기 때문에 벨벳 특유의 우아한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다.

러시아 전통 문양을 새긴 티어드 스커트(층층이 여러 겹으로 이뤄진 스커트)에 금색 자수 장식이 달린 ‘자카드’ 재킷을 입으면 캐주얼한 러시아 스타일을 표현할 수 있다.

○ 미니멀리즘의 부활

러시아 스타일과 함께 심플한 디자인의 ‘미니멀리즘’이 부활한 것도 올가을 패션의 체크 포인트.

특히 대부분 옷장에 한 벌 정도는 있을 법한 블랙 색상이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

LG패션 여성복 컬러리스트인 한승희 씨는 “화려한 원색이 유행한 지난 시즌과는 달리 올가을에는 어둡고 차분한 색상이 주류를 이룬다”며 “한동안 등장하지 않았던 블랙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블랙은 날씬하게 보이는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소재와 디자인에 따라서는 우아함과 섹시함 등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할 수 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블랙으로 통일하는 ‘올 블랙 코디네이션’을 시도하되 광택이 있는 아이템을 상의나 하의에 매치하면 좀 더 세련돼 보인다.

또 심플한 재킷에 여성스러운 볼륨감이 드러나는 스커트를 입어 새로운 미니멀리즘 룩을 표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풍선 모양처럼 허리에서 A라인으로 퍼졌다가 밑단에서 모아지는 ‘벌룬 스커트’에 타이트한 재킷을 매치하면 심플하면서도 로맨틱한 느낌을 줄 수 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