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WTO 쌀 수출국들과 50차례의 협상 끝에 ‘쌀 개방을 10년간 늦추는 대신 의무수입물량을 늘린다’는 합의안을 도출해 냈다. 어렵게 얻어 낸 합의안이 9월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면 의무수입물량 22만5000t이 내년으로 넘어가 국내 쌀 수급관리의 부담과 함께 쌀값 하락으로 농민 피해만 늘어나게 된다.
민노당 의원들은 “올 12월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에서 우리나라가 개발도상국 지위를 유지하게 되면 쌀 협상에서 유리해질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 DDA 협상을 빌미로 이제 와서 쌀 협상 결과를 무시하자는 것은 국제 관행에도 어긋나고 한국의 국제신인도만 실추시킨다. 개도국으로 남는다고 해도 유리한 조건에 선다는 보장이 없다.
쌀 협상안에 반대하는 농민들의 심정은 이해된다. 1993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타결 이후 정부는 농업경쟁력을 높인다며 80조 원이 넘는 돈을 농업에 쏟아 부었지만 투자는 부채로 남고 농민들의 삶은 더 피폐해졌다. 그렇다고 농업의 미래까지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민노당은 비준 거부 투쟁보다 향후 10년간 쌀 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정책 마련에 당력을 쏟아야 한다. 한나라당도 비준안 처리 시기에 대해 분명한 방침을 밝혀야 한다. 정부도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119조 원 농업투자의 생산성을 극대화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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