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朴昇) 한은 총재는 “내년까지는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말했지만 금융부채가 많은 가계나 기업은 정도의 문제일 뿐 부담이 늘어나게 됐다.
○ 언제, 얼마나 오를까
박 총재는 “경기 회복세가 지속되면 저금리로 인한 자원 배분의 왜곡을 시정하는 데도 신경을 쓰겠다”고 말했다.
떠도는 시중자금이 많아져 부동산 등 실물자산 가격이 급등하고, 저금리 혜택을 기업들이 독식하는 폐단을 막기 위해 본격적으로 금리 인상을 검토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박 총재는 “내년까지는 경기를 부양하는 통화정책을 쓸 것”이라고 말해 큰 폭으로 여러 차례 콜금리를 올리지는 않을 것임을 암시했다.
한국금융연구원 박종규(朴宗奎) 연구위원은 “한은이 시장의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해선 적어도 다음 달에는 콜금리를 올려야 할 것”이라며 “그 후에도 금리는 오랜 기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인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申민榮) 연구위원은 “아직 국제유가 등 불안 요인이 많아 경기 회복을 확신하기 힘들다”며 “금리는 인상하더라도 한 번, 소폭에 그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일단 다음 달 콜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뒤 내년 이후에나 추가로 금리를 올리는 문제를 고려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 가계와 기업 부담 얼마나 늘어날까
금리 인상은 금리생활자에게는 희소식이지만 빚이 많은 사람에게는 부담이다.
예컨대 1억 원을 변동금리로 빌려 쓰고 있는 사람은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월 이자 부담이 8만3000원가량 늘어난다.
한은에 따르면 8월 말 현재 가계가 은행에 지고 있는 빚은 총 296조5600억 원. 이 가운데 80%인 237조 원만 변동금리 대출로 봐도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연간 2조 원 이상의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7월 은행의 가계대출 가운데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88.4%였다.
중소기업들도 타격을 받게 된다. 8월 말 현재 은행권의 전체 기업대출 중 중소기업 비중은 90%에 이른다.
박 총재는 “중소기업의 가장 큰 애로는 금리 부담이 아니라 대출 받기가 힘들다는 점”이라며 “금리에서는 손해를 볼 수 있지만 대출 받을 수 있는 여지는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 예금은 단기로, 대출은 고정금리로
재테크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을 앞두고 가능한 한 예금은 단기로 운용하고 대출은 고정금리로 받을 것을 권했다.
금리 변동에 따라 즉각 해지하고 새로 가입할 수 있는 예금을 선택해야 오르는 시장금리를 반영해 더 수익이 높은 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다는 것.
은행들이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내놓는 고금리 특별판매 상품도 노려볼 만하다.
대출은 고정금리나 연간 단위로 바뀌는 대출로 바꾸는 것이 유리하다. 꼭 필요한 대출이 아니라면 자제해야 한다.
신한은행 한상언(韓相彦) 재테크팀장은 “고정금리 대출은 변동금리 상품보다 금리가 훨씬 높은 만큼 금리 인상의 속도와 폭을 봐가며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씨티은행 이건홍(李建홍) 압구정골드지점장은 “0.25%포인트 정도의 금리에 구애받는 것보다는 적립식 펀드에 가입하는 등 멀리 보고 투자하는 게 현명하다”고 말했다.
정경준 기자 news91@donga.com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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