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장애인 신입사원 47명 ‘눈물의 연수’

  • 입력 2005년 9월 30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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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가 불편한 최은정 씨가 27일 경기 용인시 신세계 유통연수원에서 스캐너로 제품의 바코드를 읽는 교육을 받고 있다. 최 씨는 “다른 장애인들의 취업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좋은 선례를 남기겠다”고 다짐했다. 용인=나성엽 기자
다리가 불편한 최은정 씨가 27일 경기 용인시 신세계 유통연수원에서 스캐너로 제품의 바코드를 읽는 교육을 받고 있다. 최 씨는 “다른 장애인들의 취업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좋은 선례를 남기겠다”고 다짐했다. 용인=나성엽 기자
“이제 다달이 적금을 부을 수 있게 됐어요. 살아가는 것이 어렵기만 했는데 ‘희망’이라는 단어를 떠올립니다.”

왼쪽 팔과 다리가 마비된 2급 중증장애인 곽병석(郭柄碩·27) 씨는 “이제 웃을 수 있다”면서도 한 손으로는 눈물을 훔쳤다.

27일 경기 용인시 남사면 신세계 유통연수원.

최근 신세계 이마트가 채용한 47명의 장애인은 3일 동안 이곳에서 합숙하면서 난생 처음 ‘신입사원 연수교육’이라는 것을 받았다.

곽 씨는 “남들처럼 저축하고, 결혼하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벅차 숨쉬기조차 힘들다”고 말했다.

소규모 공장에서 허드렛일을 해본 게 경력의 전부인 그에게 ‘일자리’는 너무나 소중했다.

○이렇게 좋을 줄이야…

연수교육 이틀째인 이날 47명의 ‘신입사원’들은 연수원 3층 대강당에 모여 ‘계산요원 교육’을 받았다. 이들 중 9명은 2, 3급 중증장애인이다.

하지만 앉아 있는 모습에 ‘장애’는 없었다. 강당은 배우려는 열정과 의지로 가득 찼다.

연수원 입소 전부터 이들은 무척 긴장했다고 한다.

수시로 이마트 인사팀에 전화를 걸어 “뭘 예습하고 가면 좋겠느냐”, “계산 단말기를 다뤄본 적이 한 번도 없는데…”라며 걱정했다.

연수원에서는 강의 중간 쉬는 시간에 대부분 자리에 남아 복습하거나 예습했다.

한쪽 다리가 불편한 주부 최은정(崔恩禎·37·장애3급) 씨는 “어려운 형편에 몸까지 불편해 남편에게 미안했는데 이제 남편 볼 면목이 생겼다”고 말했다.

취재에 응한 이들은 하나같이 눈물을 흘렸다. ‘일할 수 있다’는 감사의 눈물이었다.

신세계가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의 추천을 받아 채용한 이들 장애인은 연금과 퇴직금이 보장된 정규직 직원이다.

이들은 30일부터 전국 35개 이마트 점포에서 계산원, 상품관리, 사무보조, 전화 응대 및 방송업무를 맡아 하루 6시간 근무하게 된다.

○세심한 배려 속에 배우려는 의지 가득

신세계는 장애인 채용 결정을 내린 이후 적지 않은 고민을 했다.

이들의 장애 자체는 업무에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봤다. 오히려 차별과 냉대에 생채기 난 마음으로 새 조직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를 걱정했다.

신세계는 연수교육에 앞서 이달 초 연수원 주차장에 부랴부랴 장애인 전용 주차 코너를 새로 그렸다. 사내에서는 ‘장애인’ ‘정상인’ 등의 용어 사용을 금지했다. 교통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은 한모(20) 씨가 “의족 뗀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으니 독방을 사용하게 해 달라”고 요청하자 독방을 배정했다. 이들이 계단을 오르내리는 불편을 덜 수 있도록 강의실과 식당이 함께 있는 3층에 숙소를 배정했다.

신세계 심재일(沈載鎰) 상무는 “장애인 신입사원들은 배우려는 의지와 열정을 한눈에 알 수 있을 정도로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며 “현업에 배치돼 열심히 일하면 다른 직원들에게도 자극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추가로 장애인 60여 명을 더 뽑기로 하고 현재 면접을 진행 중이다.

삼성그룹 롯데쇼핑 대한항공 등 장애인고용촉진공단과 고용 협약을 한 나머지 36개 대기업들도 신세계에 이어 곧 장애인 신입사원을 채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용인=나성엽 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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