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가전제품 하면 일제를 최고로 치던 소비자들의 태도가 확연히 달라졌다. 국산 가전제품의 품질과 서비스가 좋아지면서 일제 가전 브랜드의 인기가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일본 전자제품의 매출이 급속히 줄면서 전시 품목에서 일본 제품을 제외하거나 아예 판매를 중단하는 유통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가전 양판점 테크노마트는 일본 전자제품을 취급하는 수입 가전 점포 188곳 중 10곳이 지난달부터 일본 브랜드의 판매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하이마트는 작년 말까지 일본 가전제품의 판매 비중이 6.5%였으나 올해 들어 5.5%로 더욱 떨어졌다.
고급 가전제품을 취급하는 백화점에서도 일본 브랜드는 홀대받고 있다.
현대백화점 서울 압구정 본점의 1∼9월 가전제품 매출은 삼성전자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0%, LG전자가 10% 증가한 반면 일본 소니는 30% 감소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2000년대 초까지 가전매장에서 일본 브랜드 비중은 30%에 이르렀으나 올해는 10% 미만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전자제품의 매출 기여도가 현저히 낮아지면서 홍보 전단지에서도 일본 브랜드를 뺐다”고 덧붙였다.
신세계백화점도 “홈시어터, 오디오 등 전통적으로 일본 브랜드가 강세인 품목도 국산 제품에 밀려 매장 전시 면적이 크게 줄어든 상태”라고 밝혔다.
대형 할인점에서는 오히려 값싼 중국 브랜드의 판매가 늘고 있다.
롯데마트는 올해 1월부터 중국 하이얼사의 소형 세탁기(3kg)를 팔고 있다. 국내 가전사는 3kg대의 소형 세탁기를 생산하지 않는 데다 가격도 17만8000원대로 싼 편이어서 월평균 3000만 원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나성엽 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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