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해진 외국인의 위력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2∼30일 외국인은 거래소에서 7일(거래일 기준) 연속으로 주식을 팔아 치웠다. 이 기간 순매도(매도 금액에서 매수 금액을 뺀 것) 금액만 7888억 원에 이르렀다.
예전 같았으면 지수가 20포인트 이상 폭락했어야 할 상황이다. 그런데 이 기간에 종합주가지수는 오히려 2.03% 올랐다. 지수가 떨어진 날도 단 이틀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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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27일에는 외국인이 2800억 원어치 이상의 주식을 팔았지만 지수는 30.53포인트나 폭등했다.
○ 중립 변수로 바뀐 외국인
최근 증시에서는 “외국인이 더는 한국 증시의 주요 변수가 아니고 중립 변수가 됐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삼성증권 이경수 연구원은 “최근 외국인의 매도 공세는 종목 교체와 단기 차익 실현에 따른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그러나 이 기간에 주가가 크게 올라 결국 외국인은 완패(完敗)하고 말았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정체 상태다. 1월 말 42.54%에 이르렀던 외국인 비중은 9월 말 41.41%로 소폭 하락했다.
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40%에 이르는 외국인 비중을 감안하면 이들이 주식 비중을 더 늘리기도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또 한국 증시가 활황세를 보이는 점을 감안하면 외국인이 공격적으로 주식을 팔 가능성도 낮다는 지적이다. 결국 외국인은 증시의 ‘중립 변수’ 역할만 하고 있다는 것.
○ 투자 포인트는 결국 기업 실적
외국인이 중립 변수가 되면서 국내 증시에서는 기업의 실적을 중심으로 하는 정석투자 분위기가 더 강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적어도 ‘검은 머리 외국인’처럼 시장을 왜곡하는 단기매매 세력이 사라지고 외국인 따라하기 투자전략도 힘을 잃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
올해 급증한 적립식펀드 고객은 대부분 안정성을 선호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따라서 이를 기반으로 하는 투신권도 철저히 안정성이 높은 우량기업에만 투자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우량기업 주식을 장기 보유하는 정석투자의 성공 확률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진단이다.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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