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NBC방송의 드라마 ‘사무실(The Office)’의 이달 말 방영분 내용이다. 이 프로그램의 최대 협찬사인 청바지 제조업체 리바이스를 위해 이 대사가 삽입됐다.
▽광고로 변질되는 방송=미국에서 간접광고(PPL·Product Placement) 시장이 커지면서 TV가 간접광고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일 전했다.
광고주의 입맛에 맞게 대본이 바뀌는 경우도 다반사. NBC방송의 드라마 ‘아메리칸 드림’에는 협찬사가 주최하는 작문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주인공이 친구의 작품을 훔친다는 내용도 있다.
넬슨 미디어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미국의 6대 지상파 방송에서 등장한 간접광고는 10만여 건. 전년에 비해 28%나 증가했다. 광고액은 18억8000만 달러에 이른다.
간접광고는 잘만 활용하면 시청자들에게 거부감을 주지 않으면서 효율적으로 상품을 홍보할 수 있다. 실제로 GM은 NBC의 리얼리티쇼 ‘견습생(Apprentice)’에 폰티액 자동차 새 모델을 선보인 뒤 방송 후 40분 만에 1000대가 넘는 선주문을 받았다.
하지만 광고주들이 대본까지 좌지우지할 정도가 되면서 ‘지상파의 사유화’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27일 광고대상 시상식이 열린 뉴욕에서는 TV 프로그램 작가들이 “지나친 PPL로 프로그램의 질이 위협받고 있다”고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유럽도 허용 놓고 고민=간접광고가 공식 금지된 영국, 독일 등 유럽 국가에서도 허용 여부를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고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이 3일 전했다. 간접광고가 많은 미국 드라마가 대량 수입되면서 현실적으로 무작정 막을 수만은 없기 때문.
음성적 간접광고도 점점 노골화되고 있다. 영국의 선데이 타임스는 최신호에서 공영방송 BBC의 프로듀서들이 PPL을 매개로 광고주들로부터 돈을 받았다고 보도해 BBC가 자체 조사에 나섰다. 독일의 공영방송 ARD에서도 최근 PPL 문제로 관련자가 해고당하기도 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적절한 규제 장치를 갖춘 뒤 허용한다’는 기본 방침을 세우고 규제 수준을 놓고 고민에 빠져 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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