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기업은 정확한 시장조사나 분석을 통해 신상품을 개발하고 새로운 사업 아이템에 뛰어든다. 하지만 이런 노력도 냉정한 소비자 마음 ‘한 방’으로 물거품이 되는 사례가 종종 있다. 반대로 기대하지 않은 큰 반향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최근 많은 기업이 ‘차세대 성장엔진’을 기대하며 새 제품, 새 사업을 발표했다. 이들이 기대대로 변덕스러운 소비자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
○ 숨죽이던 기업들이 움직인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성장성이 없는 기업’으로 평가받았다. 경쟁사인 신세계 주가가 30만 원대이던 지난해에도 2만∼3만 원대에 머물렀다. 최근 2년간, 신규 사업을 벌이지 않았으며, 신입사원을 뽑기는커녕 구조조정만 열심히 했다. 하지만 올해는 달라졌다.
5월 농협유통과 제휴해 할인점 사업을 벌이기로 했고, 7월에는 충남 아산지역 백화점·할인점 사업자로 선정됐다. 9월에는 종합유선방송사업 관련 2개 회사를 인수했고, 충북 청주시에 백화점 중심의 종합쇼핑몰을 만들기로 했다. 신입사원도 채용했다.
풀무원은 ‘수성(守城)’에 지친 기업이다. 식품 분야에서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가졌지만 대기업인 두산과 CJ가 두부 사업에 진출했고, 식품안전과 관련된 크고 작은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성장성에 의문을 갖는 애널리스트가 많았다.
이런 풀무원이 최근 기름에 튀기지 않은 생라면을 내놓았다. 풀무원은 생라면을 ‘미래 핵심 사업군’으로 키운다는 장기 전략을 세웠다.
매일유업은 최근 출산 시설과 줄기세포 재생의학센터 등으로 꾸며질 경기 파주시 미즈메디병원 신축에 투자하는 방안을 논의하면서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기업을 인수해 ‘10년 후’를 대비하려는 기업도 적지 않다.
제과업계 4위였던 크라운제과는 지난해 말 2위 해태제과를 인수했다. 국내 최대 발효유 업체인 한국야쿠르트는 지난해 파스퇴르를 인수해 종합 유업체의 기반을 닦았다.
○ 평가는 엇갈려
기업들의 새로운 시도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현대백화점에 대한 증권가 반응은 달라졌다. 올해 들어 주가는 최고 7만6400원까지 올랐고 현재 6만5000원대다.
동양종합금융증권 한상화(韓尙樺) 선임연구원은 “현대백화점은 분명 변하고 있다. 본업인 백화점 사업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케이블방송 사업을 기반으로 초고속 인터넷 사업까지 확장할 태세”라고 평가했다. 반면 우리투자증권 박진(朴進) 연구위원은 “백화점 하나 더 낸다고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풀무원에 대해 대우증권 백운목(白雲穆) 연구위원은 “개당 1500원으로 값이 너무 비싸다”며 “1995년에도 생라면을 내놓았다가 실패한 전례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풀무원은 지난달 이마트 주요 매장에 제품을 내놓은 결과 매출이 기대치 이상이라며 내년 목표 매출액을 높여 잡기로 했다.
크라운제과는 ‘노조 문제를 극복한다면’ 시너지 효과를 내리라고 보는 전문가가 많다. 매일유업도 ‘병원 투자가 확정된다면’ 분유 업체를 넘어서 ‘바이오 업체’로 도약할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
○ 성공과 실패는 종이 한 장 차이?
하지만 기업이나 전문가의 예측이 모두 들어맞진 않는다. 트렌드를 접목하고 좋은 마케팅 전략을 썼지만 실패한 사례도 있다. 물론 성공 사례도 많다.
대표적인 게 롯데제과의 자일리톨 껌. ‘충치를 예방한다’며 1997년 시장에 내놨을 때는 비싸다고 외면당했다. 하지만 2000년 새로 내놓은 후 껌의 대명사로 탈바꿈했다.
코카콜라가 1980년대 중반 펩시콜라에 밀리자 10억 달러 이상을 들여 시장조사를 한 끝에 ‘뉴 코크’를 내놓았지만 소비자의 저항에 부닥쳐 실패한 건 유명한 이야기.
그렇다면 소비자 마음은 ‘우연히’ 얻어질까. 그렇지 않다.
현대 사회에 일어나고 있는 거대한 조류인 ‘메가트렌드’를 짚어 내야 한다. 독일 화학회사 바스프가 ‘친환경’ ‘고유가’라는 메가트렌드를 잡아 연료 소모를 크게 줄인 ‘3리터 하우스’ 시스템을 개발해 최근 각광받은 게 좋은 예다.
LG경제연구원 문권모(文權模) 연구원은 “유통망을 장악하고, ‘짝퉁’이 범람해도 원조로서의 입지를 확실히 다질 수 있다면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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