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9일 그룹 창립 53주년을 맞아 발표한 기념사에서 발 빠른 시장 개척과 투자를 강조했다.
김 회장은 “책상에서 탁상공론만 하느라 어렵게 찾아온 시장 선점의 기회를 놓친다면 디지털 경영 환경에서의 승리는 요원하다”며 “향후 5, 10년 후를 내다본 신규사업 확대와 해외진출 모색 등 다각적인 미래성장 동력 발굴에 매진해 달라”고 주문했다.
앞으로 금융업을 중심축으로 그룹을 재정비한다는 의사도 분명히 했다.
“금융사업 부문의 비전이야말로 그룹의 성장가능성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입니다. 글로벌 종합 금융사로 거듭나기 위한 비전을 수립하고 미래 금융업의 패러다임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해야 합니다.”
기업의 이미지 제고를 통한 브랜드 가치의 강화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5년 내에 대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기업, 고객들이 가장 신뢰하는 기업, 사회로부터 존경받는 기업으로서 새로운 한화의 모습이 고객들의 가슴속에 뚜렷이 각인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체 기업 문화에 대한 반성도 이어졌다.
“돌이켜보면 그간 우리는 단 한 번도 세계 최고, 세계 최초를 목표로 하는 일류기업을 지향해 본 적이 없으며 이는 내부에 팽배해 있는 보수적이고 권위적인 기업문화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김 회장은 “적당한 성장에 안주해 더 큰 도전의 기회를 등한시하지 말고 개개인 모두가 뉴 한화 건설의 초석이 되자”고 제안했다.
1952년 설립된 한국화약을 모태로 한 한화그룹은 1981년 김 회장 취임 후 금융, 유통, 레저 등 3차산업 부문을 강화해 ‘제2의 창업기’를 맞았다는 평을 듣는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말 현재 계열사 30개, 매출 20조 5500억 원, 자산 46조9000억 원의 기업군으로 성장했다.
한화그룹은 다이너마이트가 충격이나 화재 등에 안전한 에멀션 폭약류로 대체되고 있는 시대적 흐름을 감안해 지난달 그룹의 모태였던 다이너마이트의 생산 중단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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